# 귀농 준비 시절/예비 농부의 농사 배우기(2011년)

양상추 구하기 작전

최정 / 모모 2011. 11. 23. 10:00

 

한 열흘 뒤면 양상추를 수확할텐데

10월 2일 새벽, 첫서리가 내리고 첫얼음이 얼었다.

다음 날은 더 춥다는데 예민한 양상추가 버티어 줄런지...

계속 따뜻하면서 가물었던 가을 날씨였는데 첫얼음은 예상 외로 빨리 시작되었던 것이다.

만약을 대비해서 최소한의 양상추라도 건지기 위해

'오체 아빠'는 양상추를 비닐로 덮는 방법을 택하기로 했다.

 

 

               

                  활대를 짊어진 '모모'  보기보다 무겁다.                                       양상추밭으로 활대를 가지고 가는 모습

 

 

               

                                활대를 꽂아 설치하기                                                   양상추밭에 따라 나선 '밍밍'

 

 

               

             활대를 꽂고 커다란 비닐을 씌었다.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소모되었다. 이렇게 라도 양상추가 버티어 주다면야...

 

 

결구에 지장을 줄까봐 예민한 양상추를 건드리면 안 되는데 어쩔 수가 없었다.

골마다 휘젖고 다니면서 활대를 꽂아야 했으니까.

3분의 1정도만 비닐을 씌었다. 아주 많은 시간이 소모되었다.

첫서리에 대비해서 급하게 하우스의 고추도 따고 브로컬리도 수확하고

양배추도 추가로 수확하고... 이삼일 동안 모든 것이 정신없이 흘러왔다.

 

양상추의 결구가 진행되는 막바지였다.

이 시기만 지나면 알찬 양상추를 수확할 터인데 된서리가 내릴 거라는 기상 예보...

어찌 하늘의 뜻을 막을 수가 있겠는가.

아, 양상추는 이대로 전멸인가? 비닐로 덮은 것들은 그래도 살아 남을 것인가?

 

 

               

                         예상 대로 얼음이 얼었다.                                                      무청을 데치려고 불을 지폈다.

 

      

                  

                                      무청 모으기                                                     시래기를 만들기 위한 무청 널기 시작

 

 

 

서리가 이틀 연속 지나가더니 다시 기온이 높아졌다.

양상추 잎이 누렇게 뜨기 시작했지만 다행히 아주 상하지는 않았다.

이 양상추들은 유기농 야채쥬스 가공 회사와 사전 계약 재배된 것으로

수확을 제대로 못하면 큰 손해를 보게 되어 있다.

아무튼 우여곡절 끝에 10월 15일에야 양상추 수확을 하게 되었다.

 

서울에 있는 후배에게 도와달라고 연락을 했더니 친구까지 데리고 같이 왔다.

덕분에 많은 도움이 되었다.

연속으로 서리를 맞은 탓에 양상추 겉잎은 이미 누렇게 떠서 상해 있었다.

그래도 고갱이는 어찌나 단단하게 결구가 됐는지 무거웠다.

 

봄 양상추는 밑둥을 잘라 지저분한 겉잎 한두 장을 떼고 바로 박스에 담았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모든 겉잎을 일일이 다 떼어내고

상한 밑둥 부분을 칼로 도려내야 하는 상황인지라 시간이 꽤 걸렸다.

양상추 잎 사이사이에서 물도 줄줄 흘러내리고

양상추 줄기의 진액과 상한 잎이 작업복에 자꾸 묻어서

일회용 우비를 입고 작업을 해야 했다.

 

 

                                          

                                  양상추 겉잎을 떼어내는 장면. 4번 타자 후배와 은사자님이 도와 주러 왔다.

 

 

               

                   양상추를 다듬어 박스에 넣기                                                        한 박스에 15-16킬로 정도 들어 간다.

 

 

우리가 떼어낸 양상추 잎만 모아도 거의 1톤은 된단다.

워낙 떼어내는 것이 많아 약속한 물량을 채우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근접하게 수확을 했다.

얼음이 얼 때만 해도 양상추를 통째로 밭에 묻나 했는데 참으로 기분 좋은 일이다.

수확할 때는 노동력이 단기간에 엄청나게 집약적으로 들어간다.

그때의 피곤함이 위로를 받는 기분이다.

보관, 유통, 결제 등의 과정이 더 남아 있겠지만

이 양상추들은 곧바로 가공 회사로 가서 검수만 받으면 모든 과정이 끝나게 되어 있다. 

서리가 온다고 난리를 치며 고생을 했기 때문에 양상추 수확은 더 홀가분하게 느껴진다.

이런 날은 갓 수확한 양상추 샐러드에 막걸리라도 한 잔 하게 되어 있다.

 

더구나 발야구 4번 타자 후배가 온 덕분에 나도 좀 편해졌다.

예상했던 대로 박스를 번쩍번쩍 들어 올리니 말이다. ^^

아, 타고난 몸은 어쩔 수가 없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