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귀농 준비 시절/귀농의 고수를 찾아서

귀농의 고수를 찾아서5 - 서원을 지키는 농부

최정 / 모모 2011. 12. 4. 11:05

 

산골의 농사가 끝나고 남쪽으로 내려가 귀농한 분들을 만나러 돌아 다니게 되었다.

제각기 다른 목적과 방식으로 농촌으로 가서 살아가는 다양한 삶의 형태를 조금이나마 엿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우리가 장수군의 어느 서원에 도착한 것은 11월 25일 저녁이었다.

서원 관리를 하며 살아가는 '감자' 씨를 찾아간 것이다. 

 

 

 

 

               

                                                                                   서원의 모습

                   

 

 

감자 씨는 오래 전부터 '오체 아빠'와 알고 지내오던 사이다.

우리도 감자 씨의 농장에서 재배한 유기농 우리밀과 현미 등을 먹어 왔기 때문에 얘기를 많이 들어 왔었다.

서원 옆에 따로 살림 집이 있었다.

서원을 관리해 주는 대신 집과 땅을 무료로 이용하고 있었다.

감자 씨는 귀농 11년차이다. 감자 씨는 20대 후반에, 아내는 20대 중반에 귀농을 한 것이다.

젊은 나이에 도시를 떠나 농촌에서 삶의 터를 마련했다는 것이 놀랍기도 했다.

어느덧 아이들도 6살, 3살로 잘 크고 있다.

 

 

 

 

               

             아궁이에 불을 지피면 지금도 쓸 수 있다고 한다.                                           서원의 대숲과 돌담

 

 

 

귀농 11년. 지금은 제대로 삶의 터전을 잡고 사는 모습이 평화롭게 보인다.

농사 규모도 커져서 1만평에 가까운 농사를 짓고 있고 이제는 본인 소유의 땅도 꽤 된다.

더구나 특이하게도 형님은 물론 친가와 외가의 양가 부모님도 귀농하여 근처에 살고 있으시다.

부모님까지 귀농하여 같이 산다는 건 그동안 보여준 모습이 그만큼 신뢰를 주었다는 반증이 아닐런지.

 

아내 분은 일찍 농촌으로 내려와서 그런지 아직 도시 생활에 대한 미련은 있어 보였다.

하긴 그럴만 하다. 젊음이 끓어 넘칠 때는 도시의 화려함에 끌리는 법이다.

그 미련을 최근에는 읍내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일하는 것으로 풀고 있었다.

아이들은 양가 부모님이 교대로 돌봐 주고 있었다.

 

 

 

               

                             서원의 기와 돌담                                                            위패를 모신 곳. 그림과 지붕 위의 풀

 

 

 

아담한 이 마을은 집들이 서로 가까이에 있는 전형적인 시골 마을의 풍경이었다.

감자 씨는 마을에서는 젊은이이기 때문에 여러 일들을 맡아 보고 있었다.

영농 조합, 농민회 등 여러 개의 모임 활동으로 무척 바빠 보였다.

양가 부모님이 농사일을 돕고 있어서 그런지 더 맘껏 활동을 하는 것으로 보였다.

 

특히 귀농을 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많은 도움을 주고 있었다.

빈집도 알아 봐주고, 땅도 알아 봐주고...

처음 귀농을 하려는 사람들은 일정한 이상과 꿈에 젖어 시골 마을로 이사오기 마련이다.

그런 이상과 꿈은 늘 깨지게 마련이다.

낯선 곳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일은 절대 만만치가 않을 것이다.

이런 아담한 시골 마을에서는 무엇보다 어르신들과의 공동체적 관계가 매우 중요하다.

감자 씨를 통해 시골 마을에 정착한 사람들이 꽤 있어 보였다.

 

요즘에도 계속 조용하게 살고 싶어 농촌으로 내려온 사람들이 많다.

그들 대부분은 사람들과의 관계맺기에 실패해서 그로 인해 귀농 실패로 이어지는 사례도 많다고 들었는데...

철저하게 개인주의로 살던 도시에서 시골로 오면

마을의 공동체적 삶과 이웃과의 관계가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한다.

자기의 마음을 완전히 열 준비가 되어야, 남을 위할 마음의 준비가 되어야

시골 마을에 들어와 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집 뒤편 넓은 공간에 염소들이 크고 있다.                                               염소 옆에 닭들도 키우고 있다.

 

 

 

               

                      서원 뒷편의 양배추밭                                                                         그리고 무밭

 

 

 

감자 씨네는 생강, 양파, 우리밀, 무, 배추, 양배추, 현미, 백미 등등의 다양한 작물을 키우고 있었다.

서원 뒷편의 밭들만 산책을 하며 둘러 보았다.

내려다 보이는 마을의 풍경이 참으로 평화롭다. 남쪽으로 내려와 보니 아직 농사가 한창이다.

더구나 며칠 추웠던 날이 풀리면서 거의 봄날에 가까웠다.

햇살이 부드럽게 쏟아져서 봄날로 착각할 뻔 했다.

 

밀과 양파를 심어 놓았다. 이밭에서 밀과 양파는 겨울을 나고 6월초쯤에 수확을 하게 된단다.

겨울을 이용한 이모작 형태이다.

기후에 따라 작물을 심는 시기도, 종류도 제각각 다르다.

차를 타고 몇 시간 달려왔을 뿐인데 강원도랑은 또 참 많이 다르다.

 

이곳은 아직 농사철인데 일을 많이 돕지는 못하고 신세만 지고 왔다.

우르르 몰려가서 우리집처럼 편하게 굴다가 왔다.

서원을 천천히 거닐며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었다.

언제나 정답이 없는 삶에 대한 생각들..., 인간, 그리고 자연에 대한 생각들...

 

 

 

               

                         서원 뒷편의 밀밭                                                                 그리고 양파밭과 허수아비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