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귀농 준비 시절/귀농의 고수를 찾아서

귀농의 고수를 찾아서6 - 여성 홀로서기, 곰탱이네 집

최정 / 모모 2011. 12. 4. 12:27

 

               

              온 마을이 김장을 하는 날이었다. 마을 샘터                             마을 골목이 온통 아스팔트로 쫙--. 돌담길이 예쁘다.

 

 

 

우리가 장수군에 갔을 때는 한창 김장을 하는 시기였다.

따뜻한 햇살 아래 샘터에 모여 마을 사람들이 엄청난 양의 배추를 씻고 있었다.

우리도 밭에서 배추를 나르는 일을 조금 도와 드렸다.

 

감자 씨의 소개로 여성 혼자 내려와 살고 있다는 집에 방문할 수 있었다.

돌담과 돌담이 이어진 골목길을 올라가다 보면 산 아래 한적한 집이 보인다.  

마침 부엌 공사를 하는 중이었는데 우리를 반갑게 맞아 주셨다.

넓은 마당에는 화단이 잘 가꾸어져 있었는데 꽃이 한창 피어있을 때 보지 못한 것이 아쉽다.

 

 

 

 

               

               돌담이 예쁜 집에서 홀로 사시는 여성분네 집                                     마당이 넓은 집에서 고즈넉하게

 

 

 

손수 콩을 갈아 만든 두유와 역시 손수 만든 보리로 만든 강정을 내주셨다.

이 여성분은 50대 초반이신데 이렇게 사신 지가 몇 년...

혼자 살기에 별로 부족함이 없어 보였다.

40대까지 도시에서 열심히 돈을 벌어서 이곳에 와서 땅과 집을 구입했다고 한다.

이곳은 서울에서 거리가 멀어서 그런지 땅과 집을 구하기가 수월한 편이라고 한다.

 

본인은 귀농보다는 귀촌의 형태가 맞다고 한다.

1천 5백평 정도의 논밭이 있지만 농사로 생활을 하기 보다는

농촌에서 가능한 자급자족의 형태로 살고 있었다.

자신의 노동력은 직접 농사를 짓는 것보다는 본인이 할 수 있는 2차 가공품에 맞는 것 같다고 한다.

생산물을 가지고 만들 수 있는 여러가지 2차 가공품에 더 관심이 많았다.

농사철에는 품을 팔 수도 있고 주변에 있는 여러 과실 나무들, 나물들...

거의 별다른 생활비가 안 든다고 한다.

작은 온돌방을 쓰고 있었는데 바느질 솜씨가 있어

손수 만들어본 전통 소품들이 눈에 꽤 보였다.

 

 

 

               

              빈집이 된 뒷집도 아예 구입을 하셨다고 한다.                                      손수 만드셨다는 도시락 선물

 

 

 

살고 있으신 집 뒷편에 빈집이 있었는데

2년이 되어도 팔리지가 않아 결국 본인이 구입하셨다고 한다.

시골에 홀로 살면서 집이 두세 채가 되니 부자로 보였다.

도시에서는 전세 아파트조차 구할 수 없는 돈이지만 이곳에서는

집과 땅을 가지고 넉넉하게 살아갈 수 있었다.

행복의 기준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삶의 모습이 이렇게 달라 보인다. 

 

 

 

사람보다 큰 '곰탱이'가 달려와 먼저 반긴다.

 

 

 

저녁에 짬을 내서 방문한 집은 '곰탱이'네 집이다.

귀농 5년차 부부가 살고 있는 집이다.

아이들은 없고 덩치가 큰 개 '곰탱이'를 자식처럼 키우고 있었다.

 

이 부부가 귀농한 사연은 물어보지는 못했으나

아무런 준비도 없이 무작정 시골로 내려온 것만은 확실하다.

콩이 어디에서 나는지도 모르는, 콩이 땅속에서 크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는,

그야말로 농사에 대해서는 하나도 아는 게 없는 백지 상태로 왔다고 한다.

그래서 첫해에는 닭만 키웠다고 한다.

지금은 논농사 위주에 밭농사도 겸하고 있었다.

대부분의 판매는 직거래로 하고 있었다.

제법 단골들이 있어서 쌀, 잡곡 등을 직거래로 팔고 있었다.

요즘에는 수확한 콩을 선별하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종일 콩을 선별해 봤자 그 양이 얼마되지 않는다고 한다.

그 작은 콩을 일일이 손으로 선별하는 일이니, 참...

그래도 이제는 제법 속도가 좀 붙었다고 하신다.

 

 

 

등치에 비해 애교도 많고 순한 '곰탱이'

 

 

 

'곰탱이'네 집의 남편 분은 술도 좋아하시고 수다스러우신데 아내 분은 과묵한 편이시다.

농사에 대해 아는 게 없는 남편 분은 오토바이를 사서

여기저기 들에서 일하시는 어르신들을 찾아다니며 그냥 수다를 떨었다고 한다.

그냥 막걸리 한 잔하며 두런두런 이야기를 한단다.

숱하게 돌아다니며 얘기를 하다 보면 온갖 정보를 다 듣게 된단다.

첫해 농사를 쫄딱 망하고 나서 눈물의 오토바이 길을 만들고 다니신 듯하다.

그러다보니 귀농을 준비하는 우리에게도

농사를 실패해 봐야 얻는 게 있다고 말씀하신다.

 

5년 정도 되다 보니 농사도 슬슬 잘 되고 어느 정도 정착이 된 것 같다고 하신다.

20여 마지기 논농사를 위해 마당 한 켠에는 콤바인도 있었다.

덩치가 큰 '곰탱이'를 풀어 놓고 키우다 보니

처음에는 이웃들로부터 오해도 좀 받았나 보다.

시골에서는 대부분의 개를 묶어 키우고 있으니 그럴만하다.

아무튼 우여곡절 끝에 지금 '곰탱이'는 마당과 집안을 오가며 행복하게 살고 있다. 

말을 어찌나 잘 알아듣는지 들어와서 앉으라고 하면

밖에 있다 거실로 들어와 우리가 앉은 사이에 끼여 앉아 한 자리를 차지했다.

'곰탱이'를 보느라 이야기 내내 웃음이...

 

여러 명의 갑작스런 방문인데도 반갑게 맞아 주셨다.

돌아오는 길에는 직접 키운 녹색 찹쌀을 한 봉지씩 챙겨 주셨다.

잠깐 차 한잔, 술 한잔을 하며 이야기를 나누었기에

더 깊은 이야기를 다 듣지는 못했지만

귀농 5년의 세월을 잠깐 엿볼 수는 있었다.

더디게 한 걸음씩 가야 한다는 것을...

그리고 주저하지 말고 동네 어르신들께 이것저것 많은 걸 배워야 한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