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침뜸 책 《침뜸치료의 묘리》, 《북한의 침술》

1) 지만석, 《침뜸치료의 묘리》, 의학과학출판사, 1995. 품절

 

아쉽게도 북한의 침뜸 책을 구해보기는 쉽지가 않다.

이 책도 한때는 판매가 되었던 것 같은데 지금은 검색만 될 뿐 구할 수가 없다.

근래에 운이 좋게도 북한에서 출판한 판본을 얻어 볼 수가 있었다.

아무래도 출판 기술의 차이로 읽기에 좀 불편하기는 했지만 많은 생각을 해볼 수 있는 기회였다.

책에는 1995년 당시에 정가 250원! 이라고 찍혀 있었다.

아, 이 물가 차이에서도 북한은 가깝고도 먼 나라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침뜸의 근현대화 과정 역시, 타분야처럼 북한은 남한과 다른 길을 걸어왔음을 알 수 있었다.

북한은 침구 전문인력 뿐만 아니라 고려의사(한의사), 신의사(양의사)들까지 의료인 누구나 침술을 습득해

1차의료(primary health care)로 이용하도록 제도화 하는 등 WHO(세계보건기구)가 권장하는 침술을

1차 의료 활용에 적극 호응하고 있는 국가 중의 하나로 꼽히고 있다고 한다.
또한 북한에서는 신의사(양의사)들도 대부분 침을 놓고 있다고 한다.

 

이 책의 저자인 지만석은 고려의학계에서 꽤 유명한 사람으로 보인다.

참고문헌에 보면 오랜 임상을 바탕으로 해서 그가 쓴 책이 꽤 여러 권 보인다.

침뜸으로 대표되는 동양의학을 고려의학으로 명명해 놓은 것을 볼 때

북한의 침술은 고려시대의 침술을 계승하고 있나 보다.

침뜸은 고려시대에 최고 절정기를 맞이한 게 틀림없다.

 

김봉한 비롯 북한의 침뜸 현대화는 부러워할만한 성과를 이룬 것이 확실해 보이지만

그 체제의 한계로 인해 문제가 있고

남한의 침뜸은 철저한 자본의 논리에 밀려 밑바닥에 던져져 있으니

남북의 통일 만큼이나 침뜸이 민간의 자급자족의료로 갈 날은 멀게만 느껴진다. 

 

《침뜸치료의 묘리》에서는 자칫 가볍게 여겨지는 위긴장증(체기)을 중심으로 관련 질병을

상세히 다루고 구체적인 임상 기록을 제시하고 있다.

하긴 그렇다. 우리 몸의 중심이 비위경락이고, '체기'라는 것은 단순히 음식에 체한 것만이 아니라

기가 통하지 않는다는 것이니까 여기서 모든 병의 뿌리가 시작된다는 것은 당연해 보인다.

이 책의 이론 설명으로 볼 때 저자는 동양의 침뜸 전반에 대한 이론 공부가 착실해 보였다.

무엇보다 임상 기록을 매우 흥미있게 읽었다.

주로 복부진단을 통해 위긴장증(체기) 정도를 체크하고 치료를 할 때는항상 침과 뜸을 병용하다시피 했다.

침을 놓을 때는 시간과 계절을 중시했다. 시간이 안 맞으면 다음 날 시간을 맞추어 침을 놓기도 했다.

또 치료할 때는 침, 뜸, 약침, 부항, 삼릉침으로 따기, 은알 매몰, 민간 요법 등을 복합적으로 활용했다.

특히 고려의학과 신의학의 틀을 두지 않는 협의 진료의 자연스러운 체계를 느낄 수 있었다.

이 책에서도 병명 분류 대한 설명은 대부분 신의학에 바탕을 둔 설명이었다.

그러면서도 항생제와 호로몬제 남용에 대해서는 계속 경계를 하고 있었다.

그러나 약침에서는 아쉽게도 마이싱, 복합비타민제 같은 것을 사용하고 있었다.

 

위긴장증(체기)을 중심으로 한 치료에서 상용하는 혈이 재미있었는데

몸 앞 쪽에서는 '내관, 공손, 합곡, 족삼리, 중완'은 어떤 병이든 기본으로 사용했고

등 부분에서는 '간유, 비유, 위유, 삼초유'를 중시해서 사용하고 있었다.

앞뒤 가리지 않고 뜸을 사용하고 있었고, 뜸은 보통 7일에서 15일 정도 뜨게 했다.

유침도 앞은 30여분, 등쪽은 1시간 정도 유침을 했는데

등에 침을 놓을 때 엎드리지 않고 책상에 기대어 앉은 자세 비슷하게 침을 놓고 있었다.

병의 진단에 따라 기본적으로 상용하는 혈에다 추가 혈을 사용하곤 했는데

침자리는 한 번에 그렇게 많이 사용하지는 않고 여러 날에 걸쳐 치료를 했다.

남한의 한의사들이 잘 사용하지 않는 배와 등 부분의 혈자리를 적극 사용하고 있었다.

임상 기록으로 보건데 젊은이에게 뜸의 흔적이 남는 것을 고려하는 것이 보였고

(남한이나 북한이나 건강 보다는 몸에 남는 흠집을 다들 싫어하나 보다. -_-;;)

침갯수를 너무 많이 하는 것은 의사와 환자 모두에게 시간상, 통증상 부담이 되는 걸

어느 정도 고려하고 있었다. 침수를 줄이면서 효과를 극대화하려는 노력이 느껴졌다.

(북이나 남이나 환자는 많고 의사는 바쁜가 보다.-_-;;)

 

침뜸에 정답은 없겠지만 우리 몸을 어떻게 바라보느냐,

의료체계에서 침뜸을 어떻게 바라보느냐는 매우 중요하지 않겠는가.

간만에 좋은 생각들을 많이 던져주는 책을 읽은 기분이다.

 

* 목차 (215쪽)

제1장. 침과 뜸 치료를 위한 기초지식
1. 음양의 개념과 속성  / 2. 오행의 개념과 본질
3. 음양오행이론의 의학적 의의와 응용 / 4. 기의 개념과 생리적 속성
5. 천인합일·천인상응의 개념과 의의 / 6. 고려의학적 해부생리
7. 경락현상...27 / 8. 고려의학적 병리학 / 9. 고려의학의 진단이론
10. 내상과 외상의 감별 / 11. 고려의학적 질병관의 진수
12. 고려의학적 임상관 / 13. 고려의학의 치료원칙

제2장. 침과 뜸 치료이론과 방법
1. 침과 뜸의 일반적 작용과 특이적 작용 /2. 침의 작용기전에 대한 이론

3. 침의 자극인자에 대한 이론 / 4. 뜸의 작용기전에 대한 이론
5. 뜸의 자기면역현상 / 6. 침과 뜸의 보사법 원리 / 7. 침과 뜸 자극이 생체에 미치는 영향
8. 침과 뜸의 예방작용 / 9. 침과 뜸 치료에 대한 고전이론 / 10. 계절과 시간에 따라 치료하는 원칙
11. 침과 뜸 치료의 적응중 / 12. 경혈의 선택원칙 / 13. 경혈의 특이성 문제
14. 침과 뜸 치료의 회수 / 15. 침과 뜸의 자극방법 / 16. 침과 뜸 치료때의 주의할 점

제3장. 사회의학적 진료상식
1. 의사로서 지켜야 할 윤리적 문제 /2. 진료수칙 / 3. 침과 뜸 치료의 우월성

4. 고려의학과 신의학의 비교 / 5. 임상에서 흔히 보는 고민

제4장. 위운동기능장애와 임상현실
1. 위운동기능장애 / 2. 위운동기능장애의 결과와 원인 / 3. 위운동기능장애에 대한 검사법

제5장. 위긴장증으로 생기는 합병증
1. 위긴장증과 심장혈관질병 / 2. 위긴장증과 식물신경장애 / 3. 위긴장증과 정신장애
4. 위긴장증과 동통성 질병 / 5. 위긴장증과 호흡기계 질병 / 6. 위긴장증과 혈액계 질병
7. 위긴장증과 위장병 (하략) ... / 18. 위긴장증과 구강병

 

제6장. 흔히 보는 질병들에 대한 침뜸치료

1. 소화기병 / 2. 호흡기병 / 3. 순환기병 / 4. 비뇨기병 / 5. 신경계통질병 / 6. 일반와과질병 / 7. 그 밖의 병

 

[부록1] 즉효 특효 침뜸혈

[부록2] 치료수기 몇가지

 

 

2) 과학백과사전종합출판사, 《북한의 침술》, 문원북, 1999. 품절

 

 

 

 

《북한의 침술》은 북한의 침술을 접할 수 있는 책으로 오랜 동안의 임상 치료를 기록한 책이다.

이 책도 지금은 구할 수가 없다.

출판사 편집부에서 남한 용어에 적합하게 편집하여 출판했던 것으로 보인다.

1장에는 경락에 대한 개념 주요 침혈 위치와 배혈 방법에 등을 서술하고

2장에는 질병 치료의 예와 치료 경험을 담았다.

 

역시 2장의 임상 기록을 눈여겨 보게 되는데

어떤 병이든 항상 상용하는 혈자리가 특이하게도

'백회'(독맥. 귀연결선과 머리 중심선의 교차점)와 '장강'(꼬리뼈 끝과 항문 사이)이었다.

추측해 보건대, 위아래를 한방에 강력하게 통하게 해주는 원리가 아닌가 싶다.

'백회'는 우리 몸의 기혈이 총집합하는 곳으로 천지에 있어 북극성에 비유되는 곳이고

'장강'은 그 이름과 위치에서 보이듯 완강하고 강력한 기혈이 흘러드는 곳이 아닌가.

위아래를 통하게 해준다면 막혀서 오게 되는 대부분의 병은 치료 가능하다는 얘기가 맞다.

'장강'은 그 위치도 맞는 사람의 자세도 좀 거시기해서 쉽게 사용하기 힘든 혈자리인데...

이 책을 읽고 난 후에 얻은 것은 '장강'의 재발견이었다.

 

이 책의 임상 기록에서 보면 '백회'와 '장강'을 기본으로 다른 몇 개의 혈자리를

진단에 따라 추가로 사용하면서 많은 질병들을 치료하고 있었다.

병의 분류 역시 현대의학에 바탕을 둔 체계로 해 놓은 것은 물론

병의 징후나 설명도 현대의학에 바탕을 둔 것으로 보아

북한에서도 현대의학적 설명이 더 설득적이거나 일반적이라고 인식되는가 보다.

그렇지만 중의학과 또다른 북한의 독자적인 침술 체계는 꽤 앞선 것으로 보인다.

 

* 목차 (301쪽)

1. 경락과 침혈
1. 경락의 개념
2. 경락의 분류
3. 한의학에서 경락의 기능과 역할
4. 침혈
5. 침혈의 위치를 정하는 법
6. 치료에 적용한 침혈

2. 질병치료
1. 질병치료의 예
2. 장강혈을 위주로 한 몇 가지 질병에 대한 치료
3. 부록 / 침혈의 위치와 맞음증 찾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