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실을 지키며 살게 되었다는 젊은 귀농 부부의 집을 방문하기로 했다.
재실(齋室)은 문중에서 무덤이나 사당 옆에 제사를 지내기 위하여 지은 집이다.
이곳에는 대대로 뿌리를 내리고 살아온 문중이 많다 보니 재실을 관리하며
집을 얻어 사는 귀농자들도 꽤 있는 것 같았다.
도로에서 가파르게 산속으로 꺾어져 들어간 곳에 재실이 있었다.
아, 산 중턱이다. 앞의 시야가 확 트인다.
이곳에 살고 있는 분은 30대 중반인데 덜꽃 샘과 푸른나무 샘이 전에 알던 분이다.
도시에서 알고 지낼 때에는 까칠한 도시남의 이미지였는데
이곳에서 보니 온화한 인상으로 변해있고 얼굴에도 윤기가 흐르고
수염도 좀 길러서인지 도인의 풍모마저 풍긴다고 놀라워 한다.
재실 전경
옆에서 본 재실 모습
재실의 지붕 아래에서
재실의 담장과 옆의 큰 바위
재실 아래에 있는 재실지기의 보금자리
이 재실이 있는 곳에 온 것은 지난 가을이라 아직 얼마되지는 않았다고 한다.
여기서 동갑내기 부부의 첫딸이 태어났다. 그것도 한 달 반 전에!
아이 아버지의 얼굴에 빛이 나는 이유가 다 있었던 것이다.
마당에 널어 놓은 하얀 기저귀가 더욱 새하얗게 보였다.
농촌 마을에 참 귀한 아기가 태어난 것이다.
볕이 잘 드는 마당에 둘러 앉아 귤차를 마시면서 담소를 나누었다.
재실을 관리해 주고 벌초를 해주는 대신에 이 집에 사는 것이라고 한다.
앞에 있는 텃밭도 일굴 테고 근처에 있는 묵은 논 서너 마지기도 농사질 계획이라 한다.
친환경 농사로 먹는 것은 대강 자급자족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그 밖의 수입은 무엇으로 얻을 지는 미처 물어보지 못했다.
다만, 농촌에서는 굶지 않고는 살아갈 수 있다는 건 확실하다.
욕심을 내려 놓으면, 삶의 각도를 조금만 비틀면 다르게 살 수 있는 것이다.
이런 곳에 살면 저절로 마음이 맑아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산속으로 가파른 길을 조금만 더 걸어가면 이웃으로 지내는 귀농자들 세 집이 있다.
시간상 차로 그냥 휙 지나쳐 왔는데 오목한 골짜기에 참 아담하게 집과 논과 밭이 있었다.
어떻게 그토록 기막히게 한적하고 깨끗한 곳을 찾아 들었는지 부럽기도 했다.
4가구가 이웃해 있으니 심심하지는 않을 것 같았다.
이 작은 골짜기에도 다양한 직업군과 예술가들이 모여서 살아가는구나.
이 젊은 부부는 지금은 재실을 지키며 집세도 없이 살 수 있지만
언제가는 완전하게 정착할 터전을 찾게 될 터이다.
한 시절 우여곡절을 겪으며 또 한 부부가 농촌 마을에 정착할 미래가 펼쳐지겠지.
아기 기저귀가 널린 풍경. 이곳에서 한 달 반 전에 공주님이 태어났다.
시골 마을에서는 정말 보기 드문 아기 기저귀라서 감동적이었다.
따뜻한 물을 얻기 위한 아궁이. 부엌에서 수도를 틀면 뜨거운 물이 잘 나온다고 한다. 집 난방은 화목 보일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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