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발 500여 미터, 한적한 곳에 홀로 위치한 교수님 댁
겨울 동안 쉬고 있는 경운기, 봄이 오면 분주해지겠지.
햇볕을 쬐며 앉아 있는 수컷 '양군'은 이 마을에서 진정한 1인자라고 한다.
서 있는 암컷은 이 집에 사는 '멍순이'인데 두 달 전에 두 마리의 새끼를 낳았다. 아빠는 '양군'이다.
'양군'의 주인집이 어디인지는 모르겠으나 '양군'은 매일 이렇게 놀러 온단다.
이제 두 달된 '멍순이'의 자식들. 지난 번에 '멍순이'를 봤을 때는 임신 중이었다.
새끼들은 둘 다 수컷인데, 아직은 못생겼다. 그래도 순하고 귀엽다. 에구구, 잘도 뛰어 논다.
주인장인 교수님은 볼 일이 있어 해외에 잠깐 나가셨다고 한다.
'멍순이'와 그 새끼들을 돌보기 위해 근방에 사는 '태님'네 가족이 빈집을 잠깐 지켜주고 있었다.
우리 일행이 경북에 도착한 것은 밤 늦은 시간이었다.
얻어온 양조장 막걸리맛이 좋아서 두런두런 이야기를 하다가 늦게서야 잠이 들었다.
집주인은 외국에 있는데 객들만이 빈집을 차지하고 있다니.
다음날 아침을 먹고 마을 아래로 내려갔다.
지난 번에는 교수님만 뵈었지만 이번에는 마을 청년 한 분을 만나게 된 것이다.
10가구 정도가 사는 쇠실 마을의 한 농가를 방문했다. 교수님 댁에서 아래로 내려가면 있다.
이 집의 30대 중반의 한 청년이 도시생활을 접고 2년 전에 고향으로 돌아와 농사를 짓고 있었다.
난방은 화목 보일러인데, 이 가마솥은 뭔가를 끓이거나 동물들 밥을 만드는 것으로 쓴다고 한다.
가는 곳마다 아궁이를 보면 나도 모르게 시선이 머무르게 된다.
새끼닭인지 알았는데 이게 다 큰 애완용 닭이라고 한다.
겁도 없이 사람 머리에 올라타 돌아 다닌다. '밍밍맘'의 머리 위에 있는 모습.
그만 녀석이 덜꽃 샘의 머리에 실례를 해서 머리를 감아야 했다.^^
아직 외지인의 발길이 드문 이 작은 산골 마을에도 뭔가 변화의 조짐이 보였다.
귀농한 교수님과 귀향한 젊은 마을 청년 등 넷 정도가 일단 주도를 하고 있으신 모양이다.
이 마을에서 처음 유기농 농사를 시도해 보려고 한다는 것이다.
다 떠나고 남은 집이 10여집. 마을 어르신들이 살아온 방식과 고집이 있으시니 쉽지는 않을 것이다.
이곳은 노지 수박이 효자 작물인 것으로 보인다.
현재의 농사로는 한계가 있다고 한다.
이 작은 골짜기에서 뭔가 해 볼 수 있는 특용 작물이 필요하다고 느끼고 있었고
이 마을 청년은 친환경 골짜기로 바꾸고 싶어하는 것이다.
앞으로 5년 정도를 시험적으로 해 볼 요량이라고 하는데 잘 됐으면 좋겠다.
귀농할 사람이 있으면 이 마을을 적극 소개해 달라고 부탁을 하신다.
귀향한 마을 청년의 집에 가서 밥도 얻어 먹고 차도 마시고 이야기를 많이 나눌 수 있었다.
농수산업 유통에 관한 암담한 내용이 많았지만 현실을 되짚어 볼 수 있었다.
4형제라는데 형과 동생분의 요리 솜씨가 제법이었다.
뭐든 뚝딱 만들어서 맛있는 점심을 먹을 수 있었다.
외진 산골 마을에서는 먹고 살 것이 없어서 예전에 다들 떠나갔지만
또 누군가는 이렇게 다시 돌아오기도 한다.
쉽지 않은 도전일 테지만 새로운 변화의 조짐이 좋아 보였다.
이곳에도 많은 사람들이 귀농을 하고 있다지만
아직 도시 자본의 때가 덜 묻어 한적하고 깊은 골짜기가 많아 다행으로 보인다.
고추 모종을 기르고 있는 하우스 안 풍경
산골에서 겨울에 모종을 기르려면 이렇게 열선을 깔아 온도를 맞추어 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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