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귀농 준비 시절/귀농 첫해 농사 배우기(2012년)

여성독립농을 꿈꾸며, 산골로 이사를 하다

최정 / 모모 2012. 3. 18. 08:00

 

역사적인 날이다.

20년 간의 도시 생활을 청산하고 드디어 산골로 귀농을 하게 된 것이다.

 

버릴 것은 다 버리고 1톤 트럭에 실어 보니 가뿐한 짐이었다.

생각보다 빠른 시간 안에 짐을 싣고 보니 막상 도시를 떠나는 일도 한결 가볍게 느껴졌다.

도시를 완전히 떠난 것이다. 완전히!

 

다행이다, 날씨가 모처럼 풀리고 햇살이 좋았다.

더이상의 아쉬움도, 미련도 없이 아주 덤덤하게 도시를 탈출했다.

도시에서 맺어진 인연들이 많아 인사를 나누고 소식을 전할 지인들이 꽤 있었지만

일단, 조용히 떠나기로 했다.

살다보면 다시 또 보게 될 테고, 누군가는 산골로 놀러 오게 될 것이다.

 

 

 

 

                   

                                                      해발 700여 미터에 위치한 빈 농가를 빌려 살게 되었다.

                    

                   

                  

시야에 보이는 것이라곤 그저 산과 밭 뿐이다.

아랫집도 시야에 보이지 않는, 아주 한적하고 아늑한 골짜기에 있어서 산골맛이 제대로 나는 집이다.

 

나는 운이 아주 좋은 편이다.

이런 산골짜기에 이런 집을 구해 살기란, 하늘에 별따기처럼 어려운 일이다.

워낙 드문드문 집들이 있고 고랭지 밭농사 지역이다보니 집을 구하기가 쉽지 않은 곳이다.

 

 

 

 

                   

                                              책장 정리를 하는데 '대오'가 창문으로 올라와 인사를 한다.

 

 

 

아직 이곳은 바람이 차다. 해가 지면 영하로 떨어진다.

산자락에는 아직 눈이 희끗희끗하다. 그렇지만 한낮의 햇살은 따사롭다.

자질구레한 짐정리를 마치고 무엇을 할까 궁리를 하고 있다.

아직 이곳 농사가 시작되려면 한달 여의 시간 여유가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내 앞에 펼쳐지게 될 삶은 알 길이 없다.

이곳에 얼마나 있게 될지, 농사는 뜻대로 잘 될지,

어떤 시를 쓰게 될지, 또다른 어떤 분들과 알게 될지,

여성 독립농은 어떻게 가능해 질지...,

무엇보다도 자연을 책 삼아 지내게 될 터이다.

도시에서는 나를 잃지 않기 위해 어느 정도는 목적의식적으로 책을 읽으며 지냈다.

여기서는 책조차 구애될 필요가 없다.

내가 보게 되는 모든 것들이 다 책이며 그 이상이 될 것이다.

책이라는 또 하나의 집착이나 속박에서 자유롭게 될 것이다.

 

이렇게 나의 귀농은 시작되었다!

 

 

 

                   

                                      이사를 도와 준 분들과 농사질 땅이 있는 골짜기를 둘러 보았다.

                               

 

 

                   

                              땅을 빌려 고랭지 채소 농사를 할 곳(사진에 보이는 밭의 일부 귀퉁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