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귀농 준비 시절/귀농 첫해 농사 배우기(2012년)

봄소식이 느린 산골의 일상

최정 / 모모 2012. 3. 22. 21:50

 

3월 중순이 넘었는데, 날이 맑다가도 갑자기 눈이 흩날리기도 한다.

고랭지 산골의 봄소식은 더디기만 하다.

아직은 농사철이 아니라, 한가로운 날들을 보내는 시기이다.

 

 

 

고로쇠 나무가 봄이 오는 하늘을 향해 팔을 벌려 햇살을 받고 있다.

 

 

 

고로쇠 나무의 수액을 받고 있다. 주변에는 아직 잔설이 많다.

꽃샘 추위가 왔다더니 고로쇠 물이 밤새 얼었다.

집에서 가까운 거리를 산책하듯 올라가면 고로쇠 나무가 몇 그루 있다.

 

아랫집 아저씨가 우리집에서 가까운 곳에 있는 고로쇠 나무는

우리들 보고 받아 먹으라고 사진처럼 물병을 놓아 주셨다. 

이곳에 와서 고로쇠 물을 처음 마셔 보았다.

이것도 한철 마실 수 있는 고로쇠의 맑은 수액이니 매일 물처럼 마셔본다.

 

 

 

고로쇠 물을 주전자에 가득 받아 왔다.

땅속 깊이 뿌리를 뻗어 정갈하게 걸러 맑은 물을 빨아 올렸을 텐데,

고로쇠 나무에게 좀 미안하기는 하다.

나무가 싹을 틔우고 이파리를 부풀리는데 지장이 없기를 바라며...

 

 

 

집 옆에 있는 산에는 잡목 정리를 하며 베어낸 나무들이 무진장 쌓여 있다.

추운 겨울을 나느라 굵은 장작들을 다 썼으니 땔 나무를 주워 모으는 게 요즘 일과이다.

여름밤도 불을 때야 하는 고랭지 산골이니 장마철에 쓸 나무를 많이 비축해 두어야 한다.

 

막상 농사철이 시작되면 바빠서 땔 나무를 모으는 것도 큰 일이 될 수 있으니까...

주워다가 부러뜨려 불을 때면 되는 일인데, 가능한 주변에 쌓여 있는 나무를 사용해야지,

장작을 사는 것도 다 돈이 많이 드는 일이기 때문이다.

조금만 더 부지런하면 될 일이다.

 

 

 

좀 굵은 것은 톱질을 해 본다.

겨우내 몸을 편히 두었더니 작년에 농사일로 만들어진 근육이 없어졌나 보다.

오전, 오후 햇살이 좋을 때만 땔 나무 준비하는 일을 하다 보니

어깨도 뭉치고 손목도 묵직해진다.

슬슬, 틈틈이  땔 나무 준비를 하다 보면 좀 근육이 붙고 운동도 되고 하니 좋다.

역시 몸을 좀 움직여 주니까 밥맛이 좋아진다.

 

 

 

내가 들 수 있을 만큼만 단으로 묶어 구루마에 싣고 한곳에 모아 두었다.

나무가 쌓여 가는 모습을 보니 흐뭇해진다.

지나가다 장작이 가득 쌓여 있는 집을 보면 부러워진다.

환경에 따라 이렇게 부러운 것이 바뀐다.

도시에서는 무엇을 부러워했던가?

 

특히 굵은 장작이 많이 쌓여 있는 것을 보면 부자가 된 느낌이다.

이것들만 있으면 또 하루 따뜻한 밤을 보낼 수 있다는 생각,

따뜻한 물로 씻을 수 있다는 생각...

 

땔 나무를 모으며 밖에 나와서 슬슬 몸을 움직이는 것이 나는 즐겁다.

햇살이 좋은 날은 집안에 있을 수가 없다. 흐린 날은 나가기 싫어지지만...

 

화목 보일러에 불을 지피기도 하고 땔 나무를 모으기도 하고

고로쇠 물도 받아 오기도 하면서 산골의 하루가 금방 간다.

이러다가 곧 바쁜 농사철이 오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