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귀농 준비 시절/귀농 첫해 농사 배우기(2012년)

고추 모종 가식하기

최정 / 모모 2012. 4. 7. 08:57

 

 

날이 맑다가 흐려지더니 바람이 거세졌다.

고추 모종 가식(모종을 트레이 판으로 옮겨 심는 일)을 하는 와중에 눈발이 날리기도 했다.

높은 지대에 위치한 산골의 날씨는 변덕스럽기 짝이 없다.

다른 지역의 고추 모종 가식은 이미 끝났을 테지만 이곳에서는 요즘 하는 게 기후에 맞다.

 

어릴 때 고추 농사를 많이 하셨던 부모님을 보고 자랐지만

고추 모종 가식은 이번에 처음 해 보았다.

그래도 고추 모종이나 농사는 낯설지가 않다.

일을 안 해 봤어도 늘 보아온 터라 익숙한 뭔가가 있다.

 

여럿이 하니 양이 많치 않은 관계로 비교적 금방 끝냈다.

수다를 떨기에도 좋은 작업이긴 했다. 청량과 오미맛 고추 모종을 가식했다.

 

 

 

 

청량 고추 모종 - 파종을 해서 자란 모종

 

 

 

고추 모종을 적당한 뭉텅이로 살살 들어 내어 잡는다.

 

 

 

서로 엉켜 있는 고추 모종 뿌리가 다치기 않게 살살 하나씩 분리해 준다.

 

 

 

상토를 채운 트레이(50구) 구멍에 하나씩 옮겨 심고 손으로 꾹 눌러준다.

 

 

 

상토가 부족하면 모종 옆에 더 올려 주어 모종이 튼튼히 서 있도록 해 준다.

 

 

 

처음에는 모종이 다칠세라 속도가 느리지만 하다 보면 조금은 빨라진다.

 

 

 

 

고추 모종 가식에 열중, 열중!

한참을 이렇게 열중하다 보면 뒷목이 뻑뻑해 지기도 한다.

그러면 서로 안마도 해주고 어깨가 뭉쳤으면 침도 살짝 꽂아 주면서 그날 피로를 푼다.

 

 

 

 

모종을 넣을 구멍을 뚫을 때는 작은 막대기를 이용하니 편리했다.

 

 

 

청량 고추 모종이 좀 웃자라 걱정이기는 했지만 앞으로 튼튼하게 잘 자라겠지!

모종이 더 자라서 튼실해지면 노지로 아주 심기를 하게 된다.

이 모종들은 다 풋고추용이다. 아하, 일부는 고추가루 만드는 데도 필요하겠군.

 

 

 

우리가 여름 동안 먹을 오미맛 고추 모종도 가식했다.

오이맛 고추는 아삭아삭하면서 달착지근한 맛이 일품이다.

정말 오이 크기 만하게 자란다.

 

 

 

작년 여름 전국적인 일이었지만 이곳의 고추 농사도 매우 어려웠다.

두 달 동안 워낙 집중적인 비가 내린 관계로 노지에 심은 고추는 다 병들어 죽었다. 전멸!

유기농 고추 농사는 더 어려워 보인다.

나도 올해는 고추 농사도 조금 하게 된다. 어찌되려나? 기대된다. ㅎㅎ

전멸 소식만은 면하기를 바라며!^^

 

아, 매일매일 바람이 거세다.

이곳 깊은 골짝의 바람은 늘 있는 편이지만 올해는 유난스럽게 센 바람이 많이 부는 것 같다.

올 임진년이 목태과의 해이니 바람이 더 많은 건가?

목(木) = 바람, 동쪽, 간담, 청색, 분노, 눈 근육, 인대, 손발톱, 떨림, 신맛... 등등

침뜸에서 배운 오행귀류표도 떠올려 보는 하루이다.

목태과 기운을 받고 태어났으니, 목극토라, 목극토면  나의 몸 상태가 아닌가?

뜸도 뜨고 피로가 누적되면 팔다리에 스스로 슬슬 침도 찌르면서

하루하루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으니 무얼 더 바라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