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귀농 준비 시절/귀농 첫해 농사 배우기(2012년)

비 오기 전에 봄 감자를 심다

최정 / 모모 2012. 4. 12. 20:48

여름에 수확할 감자를 심을 때가 되었다.

해발 200여 미터의 산골짜기 밭에 심을 예정이란다.

이미 남부, 중부 쪽은 감자 심기가 다 끝난 모양이지만 산골은 좀 늦게 심는다.

 

 

씨감자 사진. 저장고에 보관해 두었던 것이다. 보관을 잘 해야 한다.

 

 

 

감자 씨눈이 보인다. 여기서 감자 싹이 나온다.

 

 

 

일명 감자 싹 따기 - 한 개의 감자에서 여러 개의 씨눈을 오려 낸다.

 

 

 

싹이 하나만 올라와야 굵은 감자가 달리니까 잘 보고 해야 한다.

씨눈 하나에 20-30그램 정도가 되도록 잘라내는데, 감자 몸통을 양분으로 해서 싹이 자란단다.

감자 하나에 씨눈이 너무 많아서 어떻게 자를까 고민하느라 처음에는 영 속도가 안 붙었다.

나중에는 조금 빨라지기는 했는데, 초보자인 나로서는 아직 멀었다.

감자 싹 따기는 보통 감자 심기 며칠 전에 한다.

감자가 약간 꾸덕꾸덕해지고 씨눈이 조금 올라올 때 심게 된다.

응달, 서늘한 곳에 보관해 둔다.

 

 

 

감자를 심기 위해 비닐 씌우기(멀칭)를 했다.

 

 

 

감자를 심게 될 이 마을에서는 보통 4월초에 감자를 심는데

올해는 4월초 날씨가 계속 추웠다. 바람도 심하고 새벽 기온이 낮았다.

그래서 올해는 예년에 비해 좀 늦게 심는 편이다.

전국적인 비 예보가 있어 부랴부랴 서둘렀다.

 

 

 

관리기(멀칭기)로 씌우면 비교적 빠르다. 한 사람이 운전하고 한 사람이 따라 다닌다.

 

 

 

밭이랑 끝에서는 멀칭기로 안 묻히는 부분을 괭이로 흙을 퍼서 비닐을 덮어준다.

 

 

 

관리기로 멀칭을 하는 것을 처음 볼 때는 신기하기만 하다.

 

 

 

비닐 없는 소규모 텃밭 농사만 해 본 사람들은

한번에 많은 양의 비닐을 씌우고 감자를 심는 일이 생소할 듯 하다.

이것이 출하를 해서 먹고 살아야 하는 농민의 현실이다.

비닐을 안 써야 완벽한 친환경이 되겠지만 작물이 풀에 잡혀 먹힌다.

뭔가 수확을 해서 출하를 해야 농부들도 먹고 살 것 아닌가.

나도 비닐 없는 농사였으면 한다.

안 크면 안 크는 대로, 작으면 작은 대로, 풀에 잡히면 잡히는 대로 그냥...

작고, 못 생기고, 벌레 구멍 뻥뻥 뚫리고, 영 상태가 별로인 것처럼 보이는 것이

사실은 우리 몸에 더 좋은데

이런 것을 더 비싼 돈 주고 기분 좋게 사는 사람은 몇 이나 될까, 과연...

 

 

 

 

감자를 심을 차례이다. 한 사람은 조각낸 씨감자를 통에 넣고 어깨에 둘러 맨다.

무겁다. 이것을 하나씩 집어서 파종기에 넣어 주어야 한다. 되도록 빨리! 그리고 정확하게.

 

 

 

파종기로 구멍을 내어 감자를 심는 모습. 빠른 속도로 심을 수 있다.

한쪽에서는 흙덮기(복토)를 한다.

 

 

 

파종기로 감자를 심은 모습. 보통은 흙에 덮여 들어가게 된다.

 

 

 

복토기나 모종삽을 이용해 비닐 구멍을 살짝 벌리면서 흙을 충분히 덮어 준다.

흙 때문에 비닐도 안 날리고 무엇보다 감자가 어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이곳은 언제 서리가 올 지 알 수가 없다.

 

 

 

복토(흙덮기)를 하다가 앞을 보면 아, 밭이랑이 참 멀다.

이런 식의 복토를 많이, 처음 해보는 일꾼들이 모두 고생했다.

 

 

 

나는 작년에 복토가 제일 힘들었다. 흙을 긁으면서 손마디에 힘이 들어가니까 손마디가 아프고

오리걸음 자세로 쭈그리고 앉으니까 허벅지가 땡기고

허리를 굽혀서 하면 속력이 붙는 대신에 허리가 뻐근해지고...

올해는 아무래도 작년보다 낫기는 하다.

첫 시작 치고는 작년에 붙은 일근육이 조금 남아 있는 느낌이다. 그래도 아직 멀었다.

 

 

 

 

감자 심기는 마쳤는데 오후부터 비가 쏟아지는 바람에 복토를 끝내지 못했다.

 

 

 

멀칭을 하고 감자 심기를 마쳤다.

보통은 감자가 50평에 1박스 정도 들어 간단다. 밭에 따라 제각각 차이가 있기 마련이다.

이곳 밭에는 간격을 대강 30-35센티 정도로 심었다. 간격을 더 좁게, 또는 더 넓게 심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너무 좁으면 감자가 잘게 된단다. 밭 상태, 기후 정도를 고려해 알맞게 심어야 할 것이다.

 

아쉽게도 비 예보가 시간까지 정확했다.

오후 3시부터 비가 온다더니 정말 비가 후두둑 하더니 미친듯이 쏟아졌다.

복토까지 완전히 끝내지 못하고 철수했다.

 

작년에 농사를 배운답시고 산골에 와서 처음 해본 일이 감자 심기였다.

드문드문 작년 생각이 떠오르곤 했다.

밭일 자체가 그저 신선하게 느껴지던, 온몸에 일근육이 하나도 없음을 느끼던 때였다.

앞으로 몇 년 농사를 짓다 보면 과연 나도 농부다운 농부가 될 수 있을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