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귀농 준비 시절/귀농 첫해 농사 배우기(2012년)

살림 주간 - 요리에 도전하다!

최정 / 모모 2012. 5. 11. 20:26

 

요리는 나에게 미지의 세계이자, 관심 없는 세계였다.

근데 여럿이 함께 생활하며 농사짓고 살게 되면서는 이 자신 없는 분야에 도전을 해야 했다.

 

바쁜 직장 생활로 그동안 대부분 식사는 사먹거나 반찬도 당골 가게에서 사다 먹고는 했었다.

그나마 유기농 식단에 관심이 생기면서 부터는 겨우 2년 전부터 뭔가 간단하게 조금씩 만들어 먹기는 했다.

혼자 먹었으니 만들어 본 것은 겨우 2-3인분용 국, 찌게가 전부였다.

 

그런데 오전과 오후 참을 챙기고 점심과 저녁 식사를, 그것도

거의 10인분의 양을 일주일 동안은 책임지고 준비해야 한다.

거실과 마루도 청소하고 저녁에는 화목 보일러에 불도 지피고...

 

밭에서 땀 흘려 일하면 뭐든 맛있기 마련이다.

또 하나, 내 언니들이 다 음식을 잘 하는 편이니 나도 그 피가 조금은 섞였으리라

위안하며 식단 계획을 짰다.

 

 

 

 

미역국 - 마침 동해 소풍 때 사온 미역이 많은 지라...

미역국은 간단한 편이지만 10인 분이 넘는 양의 끓여 본 건 처음이다.

 

 

 

 

고추장 감자볶음 - 내가 좋아하는 거..., 잔뜩 볶았다. 다행히 다들 맛있게 먹었다.

작년에 우리가 농사 지어 보관해 둔 감자이다. 감자가 많아서 감자부터 소비하기로 했다.

 

 

 

역시, 나의 요리 스승은 인터넷 블로거들이었다. ^^

부엌에 노트북을 켜 놓고 만드는 순서와 레시피를 일일이 확인해 가며 음식 만들기에 몰두했다.

집안에서만 종종거리니 진척되는 일 없이 종일 분주한 느낌이다.

거기다 서둩다 보니 국 하나, 반찬 하나 만드는 데 남보다 시간이 많이 걸렸다.^^

아, 그리고 빠질 수 없는 거! 신나는 k팝을 들으며 요리하기.

내가 이번에 즐겨들은 것은 투에니원, 미스에이, 샤이니, 빅뱅, 소녀시대, 씨엔블루, 에프티 아일랜드,

티아라, 아이유, 원더걸스, 보아, 싸이, 2PM, 씨스타, 카라 등등의 노래이다.

물론 한적한 시간대는 발라드를 듣기도 하지만 요리에 열중할 때는 역시 신나는 아이돌 그룹의 댄스곡들! ^^

 

 

 

 

참치 김치찌게 - 신 김치가 많이 있는 관계로 신김치부터 먹기로 했다.

2-3인용은 해서 먹어 본 적이 있으나 많은 양은 처음 끓여 봤다.

신김치, 참치, 감자, 양파 등등. 참치를 빼면 다 유기농이다.

 

 

 

 

시금치나물 - 처음 도전해 본 음식이다.

하우스에 먹으려고 기른 시금치가 마침맞게 자랐다.

데치고 적절하게 간을 하고... 재료가 신선하니 그냥 맛이 좋다.

 

 

 

 

고두밥녹두전 - ㅎㅎ, 이것은 나의 창작 음식이다.  상상력으로 만들어 본 거...^^

누군가 밥통을 중간에 열어 고두밥이 남아 있었는데 어찌할까 하다가...

녹두가루를 풀고 고두밥을 섞고 파도 좀 썰어 넣고 과자처럼 바싹 부쳤다.

아주 느끼한 맛. 맛걸리 안주로 먹었다.

 

 

 

 

시래기 청국장 - 맛있는 청국장이 도착해서 청국장을 끓였다. 

두부가 세 모나 들어 갔다. 역시 우린 대식구!

작년에 농사지어 말려 놓은 유기농 시래기를 이틀 전부터 불려 놓고

쌀뜬 물에 푹 끓이고, 그래도 시래기 줄기는 질긴 맛이 있어 주로 이파리쪽을 많이 넣었다.

전에 시래기 된장국은 혼자 해 먹어 본 적이 있기는 하지만 시래기 청국장은 처음 끓여 봤다.

 

 

 

 

시금치를 데쳐서 쌈장에 찍어 먹으면 참 맛있다.

쌈장도 처음 만들어 봤다. 된장, 고추장, 다진 파, 다진 마늘, 매실액, 참기름, 깨...

레시피를 찾아 보고 했는데 하, 다행히 먹을만 했다.^^

 

 

 

 

두릅 데친 거 - 올해는 두릅이 귀하다. 산에 가 보니 벌써 누군가 다 따가고 별로 없었다.

 

 

 

 

양배추 데친 거 - 작년에 우리가 농사 지은 것을 보관해 둔 것이다.

아직도 아주 맛있다. 달다. 쌈장과 먹으면 참 맛있다.

 

 

 

 

황태 해장국 - 처음 해 본 음식이다. 동해 소풍 때 황태채를 잔뜩 사 왔으니...

국은 역시 국물맛! 미리 국묵을 내는 데 공을 들였다.

멸치, 다시마, 무, 양배추, 표고버섯, 말린 파뿌리 등을 넣고 국물을 냈으니 먹을만 했다.

 

 

 

 

아, 문제는 이 더덕이다.

휴식을 취하는 날 옆집 아저씨네 산에 가서 산더덕을 캐 왔다.

더덕구이를 해 달라고 해 놓고 다 밭으로 가버렸다.

식당 가서 먹어 본 게 전부인데... 뭐, 또 인터넷 검색을 열심히 하고...

 

더덕을 까는데 정말 피곤해졌다.

으아, 더덕의 진액이 손에 덕지덕지..., 시간은 또 어찌나 걸리는지...

 

 

 

 

더덕을 다듬어서 배를 갈라 놓으니 새하얗다. 향도 참 좋고...

이것을 소금물에 20분간 담가둔다. 이래야 떫은 맛이 없어진다나?

그리고 물기를 면보로 일일이 닦아 낸다. 레시피 대로 했다.

 

 

 

더덕을 일일이 방망이로 두드려 폈다. 시간이 이렇게 걸리다니!

 

 

 

참기름과 간장(유장)에 1차 초벌 구이를 했다. 이래야 더 맛있다고 써 있길래...

약불로 천천히 구어야 한단다. 참 오래도 걸린다. -_-;;

간장의 비율이 좀 많았는지 나중에 이것 때문에 맛이 좀 짜졌다.

 

 

 

더덕구이 양념장 만들기 - 레시피 보고 적절하게 양념장을 만들었다.

이 양념장을 유장에 구운 더덕에 발라 약불에 천천히 구워 내야 한다.

 

 

 

더덕구이 완성!  - 더덕구이가 이렇게 손이 많이 가는지 처음 알았다.

오후 내내 이 더덕구이 때문에 무지 바빴다.

다행히 다들 맛있다고 난리이다. 산더덕이니 맛있지!

양념도 다 좋은 재료가 세팅되어 있으니 뭐...

 

아, 내 인생에 다시는 더덕구이 요리는 없다고 모두에게 큰소리쳤다.

근데 이 더덕맛이 나중에 자꾸 생각나지 않을까?

 

 

 

 

시금치 된장국 - 처음 해 본 음식이다.

하우스 텃밭에 시금치가 많으니...

맛 좋은 된장이 있고, 국물 낼 때 정성을 들였더니 그럭저럭 시원한 맛이 있었다.

다들 맛있게 잘 먹었다.

 

아, 이런! 내가 점점 음식 만들기에 눈을 떠 가고 있다.^^

완전 요리 실습 주간이다.

농사 상황은 어찌 되는지 관심도 없어지고 오로지 내일은 뭘 만들까에만 집중, 집중! ^^

마음 먹고 해 보니 그럭저럭 10여인 분의 음식이 만들어진다.

근데 아직 난 음식 하나 만드는데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

음식은 정성이니까! ^^

 

 

 

 

황태채 볶음 - 황태채가 많아 처음 해 본 음식이다.

입이 여럿이니 잔뜩했다. 레시피 대로 했는데 먹을만 했다. 원체 황태가 고소하니...

 

 

 

 

무국 - 전에도 해 봤다. 우리가 농사 지어 보관해 둔 무가 아직 많다.

무가 아주 달다. 무국도 달다.

 

 

 

 

감자볶음 - 전에도 조금씩은 해 봤다.

우리가 농사 지은 감자, 이 감자도 역시 달다.

 

이렇게 음식만 만들다가 한 주가 갔다. 새참으로 전도 한번 부쳐 보고...

요리에 눈을 뜬 주간이니 이게 소득이라면 소득인 셈이다.

살림은 영 나랑 안 어울린다고 생각했는데 해보니 된다.

내 안의 새로운 영역을 재발견 한 샘?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