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귀농 준비 시절/귀농 첫해 농사 배우기(2012년)

인걸이의 계절, 하루하루 자라는 작물들 풍경

최정 / 모모 2012. 6. 3. 07:43

작물들을 밭에 정식한 후 2주쯤 지나자 밭고랑에 스물스물 풀싹이 돋아 자라기 시작한다.

이제 '인걸이'의 계절이 시작된 것이다.

 

'인걸이'란 쟁기를 사람이 소처럼 끄는 일.

이곳 고랭지 유기농 채소 농사는 호미나 괭이로 풀을 긁어 제초를 하기에는 밭의 크기가 넓다.

그러니 사람이 쟁기를 끌어서 고랑의 흙을 뒤집에서 제초 작업을 한다.

이렇게 하면 또 당분간은 풀 걱정을 안 해도 된다.

모르는 사람이 보기에는

소가 없어 사람이 끄나 하고 오해할 만하다.^^

소가 고랑에 들어가면 비닐도 찢기고 작물도 밟힐 터이다.

 

쟁기를 이용한 제초 작업 명칭을 다른 곳에서는 '인쟁기'라고도 한다는데

우리가 사는 산골에서는 그냥 '인걸이'라고 한다.

보기 흔한 풍경이 아닌지라, 특히 힘을 있는 대로 쓰며 끌어야 하는 일이라서

농장에 손님들이 와서 인걸이를 해 보면 힘들면서도 재미있어 한다.

 

 

 

 

양상추밭 '인걸이' - 서울서 온 젊은 아가씨가 가운데에서 끌어 보고 있다.

 

 

 

 

가운데에 서면 힘을 많이 쓴다. 양 옆에서는 그냥 균형을 잡도록 줄을 잡아 준다.

이렇게 하면 가운데에 있는 사람 소가 훨씬 힘이 덜 든다.

 

 

 

 

'인걸이'에서 힘과 기술이 제일 필요한 자리는 뒤에서 밀고 조정하는 사람이다.

적당한 깊이와 각도, 속력을 유지하며 힘껏 밀면서 나아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옆의 비닐이 걸려 찢기거나 제대로 제초 작업이 안 된다.

 

 

 

 

원래는 사진처럼 둘이 보통 끈다.

부부끼리 유기농 농사를 짓게 되면 남자는 밀고 여자는 끌고...

산골의 젊은 부부가 미리 연습을 해 봤다. 둘 다 힘이 좋아서 잘 끌었다.^^

 

 

 

 

남자 노동력이 충분하면 남자 둘이 해야 더 쉽다.

힘이 좋은 남자가 앞에서 끌어 주면 뒤에서 미는 사람도 훨씬 쉽다.

 

 

 

 

이렇게 남자 둘이 인걸이를 하면 1천평쯤은 가뿐히(?) 한다.

 

 

 

 

양 옆의 보조 사람 소에게도 허리에 줄을 매에 보니 더 효율적이었다.

'인걸이'가 점점 진화하고 있는 느낌이다. ^^

 

 

 

 

양상추밭 - 정식 15일 후

 

 

 

 

배추밭 - 정식 9일 후

 

 

 

 

적양배추밭 - 정식 16일 후

 

 

 

 

감자밭 - 씨감자 파종 32일 후

 

 

 

5월 내내 참 가물다. 봄 가뭄!

기온은 높고 해가 연일 쨍쨍하다.

인걸이를 하면 제초 효과는 좋은데 작물들이 말라 죽게 생겼다.

3-4일에 한번씩은 계곡물을 끌어다 스프링쿨러를 돌려야 했다.

 

농장 식구들, 방문하는 손님들이 인걸리를 도와 주면서

봄의 제초 작업은 수월하게 끝났다.

밭이 깨끗하게 정돈되어 있어 보인다.^^

 

 

 

양상추 밭 - 정식 23일 후

 

 

 

배추밭 - 정식 - 17일 후

 

 

 

적양배추밭 - 정식 24일 후

 

 

 

감자밭 - 씨감자 파종 38일 후

 

 

 

 

5월 마지막 날, 소나기성 비가 단시간에 흠뻑 왔다.

천둥 , 번개를 동반해서 미친듯이 쏟아졌다.

이 비를 맞고 풀도 작물도 모두 훌쩍 자랐다.

신기하다. 대기 중의 온갖 영양소가 비에 실려 내리니 작물들이 순식간에 키가 커졌다.

 

 

 

양상추 밭 - 정식 한 달 후

 

 

 

 

배추 밭 - 정식 25일 후

 

 

 

 

적양배추밭 - 정식 한 달 후

 

 

 

 

감자밭 - 씨감자 파종 43일 후

 

 

 

두어 번의 '인걸이'로 봄 제초 작업이 끝났다.

이제는 작물도 커지고 작물들의 뿌리도 고랑까지 뻗어나오는 시기라서

남은 제초는 괭이나 손으로 살살 해주어야 한다고 한다.

 

이제 여름으로 접어드는 날씨.

풀이 무섭게 자라는 시기이다. 밭에 가서 보면 하루하루가 다르다.

그 속에서 작물들도 하루가 다르게 자란다.

 

다 같이 모여 농사를 짓고 배우고 하니

딱히 내가 독립해서 농사를 짓는 다는 생각은 아직 잘 안 든다.

그래도 양상추, 적양배추, 배추, 감자밭은

나와 '밍밍맘'이 농사짓는 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