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 연가
- 낫질
최 정
흙길 점령한 풀 베어내느라
아직 서툰 낫질 진땀이 납니다
아버지 생각납니다
풋풋한 풀냄새 따라가면
아버지 낫이 지나간 곳이었지요
밭둑은 늘 깔끔했습니다
경쾌하고 쉬워 보이기만 하던 낫질
마흔이 넘어서야 배웁니다
아버지,
왜 풀보다 제 안에 베어낼 게 더 많은 걸까요
당신은 무얼 그토록 열심히 베어냈던 걸까요
풀섶에 쭈그리고 앉아
또다시 낫자루 꽉 움켜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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