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창작시 - 최정/2013-14년 산골연가(청송)

산골 연가 - 보리수 열매

최정 / 모모 2013. 6. 26. 06:59

 산골 연가

     - 보리수 열매

 

 

 

                                  최 정

 

 

 

 당신은 곧

 내 사랑의 포로가 될 테지요

 

 눈 둘 데 없이 붉게 농익어

 보란 듯 유혹하는 보리수 열매

 

 햇살과 바람에 버무려 얼른 입에 넣으니

 쉽게 다 내어줄 수 없다는 듯

 달착지근하다 떫은 뒷맛 남기네

 

 먹어도 채워지지 않는 야릇한 아쉬움

 허기진 산짐승처럼

 자꾸 붉은 맛을 몸속으로 밀어 넣네

 

 온통 붉어진 보리수나무 아래 서서

 먹어도 먹어도 허기진 한 마리 짐승이 되네

 

 이제 그만 항복하고 싶어지네

 

 달지도 떫지도 농익지도 않고

 그저 묵묵히 산기슭 지키고 서 있는

 한 그루 나무가 되어

 나도 당신에게 말해주고 싶었네

 

 당신은 곧

 내 사랑의 포로가 될 테지요

 

 

 

 

 

 

'# 창작시 - 최정 > 2013-14년 산골연가(청송)'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산골 연가 - 낫질  (0) 2013.07.06
산골 연가 - 손님  (0) 2013.06.27
산골 연가 - 들깨를 심으며  (0) 2013.06.23
산골 연가 - 달구경  (0) 2013.06.20
산골 연가 - 홍고추  (0) 2013.06.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