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 연가
- 보리수 열매
최 정
당신은 곧
내 사랑의 포로가 될 테지요
눈 둘 데 없이 붉게 농익어
보란 듯 유혹하는 보리수 열매
햇살과 바람에 버무려 얼른 입에 넣으니
쉽게 다 내어줄 수 없다는 듯
달착지근하다 떫은 뒷맛 남기네
먹어도 채워지지 않는 야릇한 아쉬움
허기진 산짐승처럼
자꾸 붉은 맛을 몸속으로 밀어 넣네
온통 붉어진 보리수나무 아래 서서
먹어도 먹어도 허기진 한 마리 짐승이 되네
이제 그만 항복하고 싶어지네
달지도 떫지도 농익지도 않고
그저 묵묵히 산기슭 지키고 서 있는
한 그루 나무가 되어
나도 당신에게 말해주고 싶었네
당신은 곧
내 사랑의 포로가 될 테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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