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 연가
- 등불 하나씩
최 정
마흔이 넘으면 왜소해진 등허리에
외로운 등불 하나씩 켜고 사나 보다
뜬금없이 먼 도시에서 걸려온
대학 선배의 전화
이십 년 넘은 추억 어제 일처럼 이야기한다
그의 등에 켜진 등불이 반짝하고 빛났다가 재빨리 스러진다
모른 척 하기로 한다
어제는 봄비가 넘치게 내려
지붕을 때리는 빗소리 꿈결까지 파고들더니
오늘은 변덕스럽게 눈으로 바뀌었다
된장국에 밥을 비벼 먹다 창밖을 본다
내 등에 숨어 있던 희미한 등불이 켜지려는지
눈발이 거세진다
일없이 창을 닫아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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