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창작시 - 최정/2013-14년 산골연가(청송)

산골 연가 - 등불 하나씩

최정 / 모모 2014. 3. 14. 14:17

 산골 연가

        - 등불 하나씩

 

 

                                 최 정

 

 

 

 마흔이 넘으면 왜소해진 등허리에

 외로운 등불 하나씩 켜고 사나 보다

 

 뜬금없이 먼 도시에서 걸려온

 대학 선배의 전화

 이십 년 넘은 추억 어제 일처럼 이야기한다

 

 그의 등에 켜진 등불이 반짝하고 빛났다가 재빨리 스러진다

 모른 척 하기로 한다

 

 어제는 봄비가 넘치게 내려

 지붕을 때리는 빗소리 꿈결까지 파고들더니

 오늘은 변덕스럽게 눈으로 바뀌었다

 

 된장국에 밥을 비벼 먹다 창밖을 본다

 내 등에 숨어 있던 희미한 등불이 켜지려는지

 눈발이 거세진다

 

 일없이 창을 닫아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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