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창작시 - 최정/대학 시절 시(1992-1996)

장마 그친 뒤

최정 / 모모 2010. 12. 4. 12:49

 

장마 그친 뒤

 

                                최 정

 

 

언제 내려앉을지 모르는

자취방 지붕

 

방패 같은 우산 속에서

눅눅한 이불 되어

오가던 강의실

젖은 신발 떼 몰려다니던

5번 버스 종점 길에서

닭장차에 끌려간 친구들

장마 그친 뒤 발은

쓸데없이 퉁퉁 부어오르고

입안 가득히 핀 곰팡이

 

은행나무 몽둥이처럼 줄지어 서 있는

5번 버스 종점 길 무심히 걷다

밥알 같은 눈물 찔끔 삼키고 마는 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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