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창작시 - 최정/대학 시절 시(1992-1996)

그런 저녁이 있다

최정 / 모모 2010. 12. 4. 13:03

그런 저녁이 있다

 

                                  최 정

 

 

 

짐승처럼 울고 싶은 그런 저녁이 있다

 

소주 얼룩진 낡은 탁자에서

닭똥집 같은 세상 씹으며

펄펄 끓는 김치찌개로 넘쳐흐르지만

짐승처럼 울고 싶은 저녁이 있다

제대로 한번 취하지 못하고

종잇장 발자국으로 웃으며 돌아서지만

차마 울 수 없는

벼랑 같은 골목 돌고 돌아야 한다

 

 

                                                ≪내 피는 불순하다≫(우리글, 2008)에 수록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