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창작시 - 최정/부평동 시절 시(1999-2009)

독감

최정 / 모모 2010. 12. 5. 14:18

 

독감

 



                      최 정


 

 


   1


 열이 오르락내리락 코피를 쏟았다. 지독한 겨울이었다. 열이 내리고 닥치는 대로 먹어 치웠다. 보물 목록 완성하듯 일기장엔 먹고 싶은 것들로 채워졌다. 먹어도 자꾸 허기졌다. 키가 부쩍 자랐다. 그리고 6학년 졸업이었다. 빨리 어른이 되고 싶었다.


 


   2


 아무리 계산해도 1학점이 부족했다. 4학년 여름 빈약한 성적표를 숨기고 계절 학기를 들었다. 내내 콧물이 흐르고 기침을 해대자, ‘사회학 개론’ 여교수는 목캔디 두 알을 주었다. 입 안에 퍼지는 쌉쌀한 박하 향, 몽롱한 감기약처럼 곧 졸업이었다. 치명적이었다.


 


 


 


≪내 피는 불순하다≫(우리글, 2008)에 수록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