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창작시 - 최정/2013-14년 산골연가(청송)

산골 연가 - 콩 모종

최정 / 모모 2013. 6. 14. 13:07

 산골 연가

     - 콩 모종

 

 

                              

                            최정

 

 

 

 방법을 모르는 병약한 사랑이구나

 

 멀대 같이 키만 커서 바람에 스치기만 해도

 흔들리는 내 마음이구나

 

 이제 너를 보내마

 풀이 먼저 자리 잡은 거친 자갈밭에 놓아 주마

 

 골바람이 너를 꺾으려 해도

 풀이 뿌리 비집고 들어 와도

 땡볕에 입이 쩍쩍 말라붙어도

 이젠 너의 몫이다, 운명이다

 

 내 사랑이 그립거든

 별빛 벗 삼아 밤을 속삭이거나

 새벽이슬 기다리며 가슴 서늘한 그리움 키워 보렴

 

 그래도 쓸쓸해지거든

 가을볕에 익어갈 네 꼬투리 그려 보렴

 주렁주렁 네 몸통에서 여물어 갈

 열매들의 야무진 희망 떠올려 보렴

 

 이제 너를, 아니 나를 보내마

 생의 한 가운데 들어온 거친 자갈밭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