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 연가
- 콩 모종
최정
방법을 모르는 병약한 사랑이구나
멀대 같이 키만 커서 바람에 스치기만 해도
흔들리는 내 마음이구나
이제 너를 보내마
풀이 먼저 자리 잡은 거친 자갈밭에 놓아 주마
골바람이 너를 꺾으려 해도
풀이 뿌리 비집고 들어 와도
땡볕에 입이 쩍쩍 말라붙어도
이젠 너의 몫이다, 운명이다
내 사랑이 그립거든
별빛 벗 삼아 밤을 속삭이거나
새벽이슬 기다리며 가슴 서늘한 그리움 키워 보렴
그래도 쓸쓸해지거든
가을볕에 익어갈 네 꼬투리 그려 보렴
주렁주렁 네 몸통에서 여물어 갈
열매들의 야무진 희망 떠올려 보렴
이제 너를, 아니 나를 보내마
생의 한 가운데 들어온 거친 자갈밭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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