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끼풀
최 정
비쩍 마른 검둥이가 외양간 독차지하더니
돼지우리엔 토끼들만 조몰조몰 몰려다닌다
두어 달 병원에서 손톱 허옇게 흙물 벗은 아버지
밥만큼 약을 삼키고 여름내 토끼풀만 뜯는다
어릴 적 동무들과 뛰어놀다 지치면 뜯어오던 토끼풀
아버지, 이제 그냥 편히 쉬세요
아녀, 가을 되믄 토끼 한 눔에 만원이여
졸린 파리들이 빈 외양간 자꾸만 서성거리고
≪내 피는 불순하다≫(우리글, 2008)에 수록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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