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창작시 - 최정/대학 시절 시(1992-1996)

토끼풀

최정 / 모모 2010. 12. 4. 12:41

 

토끼풀

 

                                

                                    최 정

 

 

 

비쩍 마른 검둥이가 외양간 독차지하더니

돼지우리엔 토끼들만 조몰조몰 몰려다닌다

두어 달 병원에서 손톱 허옇게 흙물 벗은 아버지

밥만큼 약을 삼키고 여름내 토끼풀만 뜯는다

어릴 적 동무들과 뛰어놀다 지치면 뜯어오던 토끼풀

아버지, 이제 그냥 편히 쉬세요

아녀, 가을 되믄 토끼 한 눔에 만원이여

졸린 파리들이 빈 외양간 자꾸만 서성거리고

 

 

 

≪내 피는 불순하다≫(우리글, 2008)에 수록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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