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창작시 - 최정/대학 시절 시(1992-1996)

십리길

최정 / 모모 2010. 12. 4. 12:42

 

십리길

 

                     최 정

 

다달이

수십 개의 알약

삼켜야 하는 아버지

슬레이트 지붕 아슬아슬

이고 있는 서까래처럼 말라

지팡이로 찾아가는 경로당

십리 길

 

보일러로

고친 방에 누워

얼굴 퉁퉁 부은 어머니

위장병으로 깬 새벽마다

안방에 걸린 메주 같은 손으로

쌀 씻으러 가는 부엌

십리 길

 

하얗게 서리 뒤집어 쓴

지붕 아래 십리 길로 덤벼드는 겨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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