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러 짧은 글/그냥, 둘곳없는 이야기들

대학시절 시들을 올리며

최정 / 모모 2010. 12. 4. 14:04

 

 이제 와서 새삼스럽게 대학 시절에 썼던 거칠고 성긴 시 몇 편을 공개하는 것은 더 이상 시가 특별한 게 아니라는 생각에서입니다.

 이미 이때 수백 편의 시를 썼던 선배들과 동기들이 있었고 또 지난 시들은 찢어 없애고 새로운 시를 써야 한다고 폐기하는 것을 보기도 했습니다. 저도 도저히 내보일 수 없는 거친 것들은 꽤 버리기도 했지만 그나마 버리지 못하고 정리해 두었던 시들도 있습니다. 이십대 초반에 했던 고민들은 이제 다시는 가볼 수 없는 세계이기도 하니까요.

 

 시는 앨범에 갇힌 낡은 사진 한 장이거나, 누군가에게 보낸 편지이거나, 문자메세지이거나, 혼자 간직한 메모이기도 합니다. 함께 생을 건너는 친구이기도 합니다.

 

 시는 특별한 사람이 쓰는 것도 아니고, 재주가 있는 사람이 쓰는 것도 아닙니다.

 살다가 마음에 물결이 일렁일 때 누군가는 그림을 그리기도 하고 노래를 만들기도 하고 여행을 하기도 하고 사진을 찍기도 하고 수다를 떨기도 하고 울기도 하고 술을 마시기도 하고 주먹을 휘두르기도 합니다. 사이버 공간에 여기저기에 글을 올리기도 합니다.

 

 이 모든 것이 시라고 생각합니다. 문학성을 가질 것인가, 예술성을 가질 것인가, 압축할 것인가, 감동을 줄 것인가, 공감대를 형성할 것인가, 이름을 남기는 작가가 될 것인가 등은 각자의 몫이고 사는꼴이라고 생각합니다.

 

 대학 시절 남긴 몇 편의 시를 통해서나마 까막득하게 잊고 있던 시절의 순순한 고민들을 기억할 수 있었습니다. 시보다는 광장에서 주먹을 내지르거나, 낯선 장소에서 헤매거나, 그보다 더 많은 날들을 술집에서 해결도 안 되는 고민들을 주제로 얘기를 나누었겠지만...

 

 고향을 떠나서야 삶의 원형을 찾아서 부모님의 삶을 들여다 보고 고향 어른들의 삶에 대해 생각해 보던 시절이었나 봅니다. 전공책보다는 사회과학 서적을 더 많이 읽으며 한껏 세상에 분노하며 치기어린 고민도 하며 자학적으로 상처를 낼 수 있었던 시기이기도 했지요. 사랑도, 세상도, 사람들도, 책들도 내겐 너무 무겁고 진지하기만 해서 사실은 가장 가볍게  날아보고 싶던 시기일 겁니다.

 

 과거에 쓴 글들은 감추어 두고 싶은 부분도 있지만, 이것도 가볍게 비우고자 하는 제 방법 중의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시는 특별한 게 아니기 때문입니다. 원했던 원하지 않았던 지금까지 수많은 사회적 가면을 쓰고 자신의 내면을 숨기고 사람들과 소통하지 않은 채 살아가야 하는 현실이 슬프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