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 부근리 고인돌
최 정
수천 년 돌덩이가 무엇이라고
나만의 순례지로 숨겨두고 미루다
서른아홉, 겁도 없이 백수가 되어
한잔 건넬 술병도 없이 빈손으로 간다
버스로 가면 금방이라는데
48번 국도 따라 8.7km
모래바람 다 맞으며 속죄하듯 걷는다
일상에 발목이 묶인 것 뿐이라고
남들처럼 바쁘게 산 것 뿐이라고
빠른 일상의 속도로 마주하면
나를 두고
광활한 원시의 땅
수천 년 전으로 영영 가버릴까 봐
야생의 두 발로 걸어간다
여기까지 오는데 너무 오래 걸렸다
모래바람 너머 생의 이정표처럼
우뚝 서 있는 고인돌 한 기
눈알에 모래알이 서걱거린다
길을 잃은 지 너무 오래 되었다
자연을 숭배하고 두려워하며
맨발로 열매 따던 그댈 찾는데
참 많이 걸렸다
나를 찾는데 너무 오래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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