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창작시 - 최정/2010-2012년 시

운명

최정 / 모모 2010. 11. 29. 12:59

 

운명


 

                 최 정




 

 이를테면 그런 식이다

 최명희의 『혼불』, 읽자마자 후배에게 줘버렸다

 목숨 바쳐 쓴 그 외로움, 무서운 것이다

 

 외로움도 극에 달하면

 활활 타오르는 마른 장작처럼

 제 몸 아낌없이 태우게 되는 걸까

 남은 피 한 방울까지 바쳐야

 마침내 춤추듯 타오르는 걸까

 

 이를테면 그런 식이다

 잠 못 들게 한 책, 빨리 누군가에게 줘버리는 것이다

 제 몸의 일부 떼어서라도

 써야 하는 그 운명, 두려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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