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
최 정
이를테면 그런 식이다
최명희의 『혼불』, 읽자마자 후배에게 줘버렸다
목숨 바쳐 쓴 그 외로움, 무서운 것이다
외로움도 극에 달하면
활활 타오르는 마른 장작처럼
제 몸 아낌없이 태우게 되는 걸까
남은 피 한 방울까지 바쳐야
마침내 춤추듯 타오르는 걸까
이를테면 그런 식이다
잠 못 들게 한 책, 빨리 누군가에게 줘버리는 것이다
제 몸의 일부 떼어서라도
써야 하는 그 운명, 두려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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