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창작시 - 최정/2010-2012년 시

강화 부근리 고인돌

최정 / 모모 2010. 11. 29. 12:58

 

 

강화 부근리 고인돌


 

                     

                        최 정

 

 

 

여기까지 오는데 너무 오래 걸렸다

 

수천 년 돌덩이가 무엇이라고

나만의 순례지로 숨겨두고 미루다

서른아홉, 겁도 없이 백수가 되어

한잔 건넬 술병도 없이 빈손으로 간다

 

버스로 가면 금방이라는데

48번 국도 따라 8.7km

모래바람 다 맞으며 속죄하듯 걷는다

일상에 발목이 묶인 것 뿐이라고

남들처럼 바쁘게 산 것 뿐이라고

 

빠른 일상의 속도로 마주하면

나를 두고

광활한 원시의 땅

수천 년 전으로 영영 가버릴까 봐

야생의 두 발로 걸어간다

 

여기까지 오는데 너무 오래 걸렸다

 

모래바람 너머 생의 이정표처럼

우뚝 서 있는 고인돌 한 기

눈알에 모래알이 서걱거린다

 

길을 잃은 지 너무 오래 되었다

 

자연을 숭배하고 두려워하며

맨발로 열매 따던 그댈 찾는데

참 많이 걸렸다

나를 찾는데 너무 오래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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