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 연가 - 어미 새 산골 연가 - 어미 새 최 정 하우스 작업장 귀퉁이 갈색 가슴털 어미 새가 둥지를 틀었습니다 갓 부화한 아기 새들이 꼬물꼬물 꼼지락거립니다 감자 수확에 정신없다 와 보니 무려 여섯 마리의 아기 새들이 주둥이를 쫙 벌려 먹이를 재촉합니다 나는 감자 상자 포장하느라 바쁘고 어미 새.. # 창작시 - 최정/2013-14년 산골연가(청송) 2014.07.02
산골 연가 - 단비 산골 연가 - 단비 최 정 모처럼 단비가 내려 일손을 놓았습니다 설거지도 쌓아두고 마음껏 게으름 피웁니다 빗줄기가 가늘어진 틈을 타 마당에 나가 푸른 잎들의 합창 소리를 듣습니다 귀가 싱그러워지다가도 낮게 깔린 구름처럼 무거운 눈꺼풀이 내려와 슬그머니 낮잠 자러 들어옵니다 .. # 창작시 - 최정/2013-14년 산골연가(청송) 2014.07.01
산골 연가 - 등불 하나씩 산골 연가 - 등불 하나씩 최 정 마흔이 넘으면 왜소해진 등허리에 외로운 등불 하나씩 켜고 사나 보다 뜬금없이 먼 도시에서 걸려온 대학 선배의 전화 이십 년 넘은 추억 어제 일처럼 이야기한다 그의 등에 켜진 등불이 반짝하고 빛났다가 재빨리 스러진다 모른 척 하기로 한다 어제는 봄.. # 창작시 - 최정/2013-14년 산골연가(청송) 2014.03.14
산골 연가 - 노송(老松) 산골 연가 - 노송(老松) 최 정 폭설이 할퀴고 간 숲속 부러진 나뭇가지들이 어지럽습니다 잔설에 찍힌 노루 발자국 따라가다 아름드리 노송 아래 멈춰 섭니다 한쪽이 부러져 나간 노송의 노란 속살 아래 노루 발자국처럼 서성이다 용기 내어 노송을 안아 봅니다 거친 껍질이 볼에 와 닿습.. # 창작시 - 최정/2013-14년 산골연가(청송) 2014.03.14
산골 연가 - 폭설 후 산골 연가 - 폭설 후 최 정 마당에 앉아 잠깐 졸고 싶을 만큼 한낮의 햇살 푸짐해지니 눈 녹은 물이 계곡을 타고 흐릅니다 경쾌한 물소리 가득합니다 일없이 계곡에 내려가 귀가 얼얼하도록 들어 봅니다 산의 옆구리 간질이며 계곡물 흘러 흘러 어디로 갈까요 당신의 발치에 닿아 한 폭의 .. # 창작시 - 최정/2013-14년 산골연가(청송) 2014.02.28
산골 연가 - 폭설 산골 연가 - 폭설 최 정 마을로 이어지는 길이 사라졌습니다 눈썹까지 차오를 만큼 눈이 쏟아집니다 겨우 문 앞에 길을 내다 맙니다 무게를 못 이긴 나뭇가지가 부러집니다 오도 가도 못하고 산속에 유배되었습니다 다만, 설경에 눈멀고 말았습니다 # 창작시 - 최정/2013-14년 산골연가(청송) 2014.02.28
산골 연가 - 늦은 아침 산골 연가 - 늦은 아침 최 정 겨울 아침 산골의 해는 게으르다 서리 낀 창 여니 저 멀리 마을 지붕 옹기종기 햇살이 모여 놀고 있다 느릿느릿 산을 넘어 첫 햇살 도착하려면 한참을 기다려야 한다 읽다 잠든 책을 펴든다 마저 읽다 햇살이 얼굴 들이밀면 그때서야 기지개 켜고 늦은 아침 느.. # 창작시 - 최정/2013-14년 산골연가(청송) 2014.02.28
산골 연가 - 가을 산책 산골 연가 - 가을 산책 최 정 숲길을 걷습니다 발끝 낙엽 끌리는 소리 이따금 새소리 바람이 지날 때마다 나뭇잎들 부딪치며 한 차례씩 우르르 쏟아집니다 이런 날은 괜스레 솔방울을 주워 멀찍이 던집니다 숲에서 길을 잃고 싶었습니다 # 창작시 - 최정/2013-14년 산골연가(청송) 2013.12.01
산골 연가 - 들깨를 털며 2 산골 연가 - 들깨를 털며 2 최 정 머리에 하얀 수건 뒤집어쓰고 들깨 털던 엄마 뒷모습 구름 흘러가는지 바람 부는지 아랑곳없이 들깻대 탁탁 두드리던 무심한 그 모습 닮고 싶어지네 온갖 서러움마저 다 잊었다는 듯 원래 그 자리에 있었던 것처럼 # 창작시 - 최정/2013-14년 산골연가(청송) 2013.12.01
산골 연가 - 들깨를 털며 1 산골 연가 - 들깨를 털며 1 최 정 톡톡톡, 탁탁탁 볕에 잘 마른 들깻대 두드릴 때마다 들깨향 은은하게 펴져 나가네 산허리 단풍에 한눈팔다 들깨알은 제멋대로 허공으로 튀어 나가네 내 마음은 산허리로 달려가네 이른 저녁 먹고 누운 밤 온몸에 스며든 희미한 들깨향 베고 몽롱하게 잠이.. # 창작시 - 최정/2013-14년 산골연가(청송) 2013.1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