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 연가 - 아침 이슬 산골 연가 - 아침 이슬 최 정 산등성이 막 넘어온 햇살 풀씨마다 이슬방울 대롱대롱 아, 눈부셔라 발길에 채여 밭으로 향하는 발목이 젖네 젖은 발목 같은 가을 성큼 찾아 왔네 # 창작시 - 최정/2013-14년 산골연가(청송) 2013.12.01
산골 연가 - 성묘 1 산골 연가 - 성묘 1 최 정 찐 감자와 옥수수에 큰 잔으로 소주 한 잔 올립니다 생전에 좋아하시던 민물회 준비 못했지만 제 손으로 처음 키운 걸 드리고 싶었습니다 매미 소리 요란합니다 아버지 목소리가 듣고 싶습니다 # 창작시 - 최정/2013-14년 산골연가(청송) 2013.07.26
산골 연가 - 봉숭아 산골 연가 - 봉숭아 최 정 당신은 누굴 위해 겨우 한 뼘 만한 키로 고혹적인 자줏빛 꽃 피웠나요 붉은 혀 매달고 있나요 인적 드문 길가 못 본 척 지나치려 해도 이미 당신의 붉은 가시에 찔려 버렸네요 # 창작시 - 최정/2013-14년 산골연가(청송) 2013.07.26
산골 연가 - 농부 시인을 꿈꾸는 나에게 산골 연가 - 농부 시인을 꿈꾸는 나에게 최 정 어리석은 자여 밑바닥 보지 못 한 자여 아버지는 일평생 과묵하고 겸손한 농부였는데 농부와 시인이라는 그럴싸한 타이틀 꿈꾸는 네 허영의 끝 어디란 말인가 감자 한 알도 과하다 당신도 한 평생 나도 한 평생인데 아버지, 당신이 걸어간 발.. # 창작시 - 최정/2013-14년 산골연가(청송) 2013.07.26
산골 연가 - 찐 감자 산골 연가 - 찐 감자 최 정 감자 처음 수확한 날 저녁 끼니 찐 감자로 대신한다 큰 놈, 중간, 작은 놈 딱 세 알 먹으니 배부르다 땅이 건네준 울퉁불퉁한 따스함 돌과 엉키고 풀에 시달릴수록 작은 몸 둥글게 불린 감자 삼키며 난 오늘 부끄러운 글을 쓴다 모나지 않고 조심조심 살아온 건 .. # 창작시 - 최정/2013-14년 산골연가(청송) 2013.07.11
산골 연가 - 보리수 열매 산골 연가 - 보리수 열매 최 정 당신은 곧 내 사랑의 포로가 될 테지요 눈 둘 데 없이 붉게 농익어 보란 듯 유혹하는 보리수 열매 햇살과 바람에 버무려 얼른 입에 넣으니 쉽게 다 내어줄 수 없다는 듯 달착지근하다 떫은 뒷맛 남기네 먹어도 채워지지 않는 야릇한 아쉬움 허기진 산짐승처.. # 창작시 - 최정/2013-14년 산골연가(청송) 2013.06.26
산골 연가 - 달구경 산골 연가 - 달구경 최정 큰 비 지나간 뒤 계곡 물소리 하도 시원해 달빛 구경 나왔습니다 한 폭의 수묵화처럼 옅은 밤안개가 작은 산들의 낮은 어깨 다정하게 감싸주고 있습니다 달빛에 젖은 것이 내 마음인지 산들의 낮은 어깨인지 달님이 그린 수묵화 안에서 밤 지새울 것 같습니다 이.. # 창작시 - 최정/2013-14년 산골연가(청송) 2013.06.20
산골 연가 - 감나무 그늘 아래 산골 연가 - 감나무 그늘 아래 최정 등허리 축축한 땀 식히려고 감나무 그늘 아래 앉아 봅니다 뒷목이 당기도록 올려다보니 겹겹의 잎사귀 사이에 숨겨둔 손톱만한 꽃을 보여 줍니다 당신도 내 마음처럼 꽃을 피웠군요 고목(枯木)인 줄 알았던 당신에게도 그토록 수줍음이 있었나 나는 그.. # 창작시 - 최정/2013-14년 산골연가(청송) 2013.06.16
산골 연가 - 농부의 몸 산골 연가 - 농부의 몸 최정 농부의 몸이 되어 가나 봅니다 저녁 먹고 농사일지 쓰고 나면 어둠의 입자 빽빽하게 내린 골짜기와 한 몸이 되어 곤한 잠에 빠져듭니다 까맣게 잠들었다가 어둠의 입자 묽어지는 새벽녘 저절로 눈 떠집니다 고요하게 맑은 새벽 때론 당신에게 보내는 연서 같.. # 창작시 - 최정/2013-14년 산골연가(청송) 2013.06.14
산골 연가 - 콩 모종 산골 연가 - 콩 모종 최정 방법을 모르는 병약한 사랑이구나 멀대 같이 키만 커서 바람에 스치기만 해도 흔들리는 내 마음이구나 이제 너를 보내마 풀이 먼저 자리 잡은 거친 자갈밭에 놓아 주마 골바람이 너를 꺾으려 해도 풀이 뿌리 비집고 들어 와도 땡볕에 입이 쩍쩍 말라붙어도 이젠 .. # 창작시 - 최정/2013-14년 산골연가(청송) 2013.06.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