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 연가 - 거짓말쟁이 산골 연가 - 거짓말쟁이 최 정 팔순의 노모만 모릅니다 막내딸 마흔 넘어 가니 더는 시집가라 말 못하는데 산골에서 홀로 농사까지 짓는다 하면 편히 눈 못 감으실라 도시에서 직장 생활하는 척 전화합니다 찐 감자 맛있게 먹었다 호박죽 맛있게 먹었다 하시지만 제 손으로 키운 걸 모릅.. # 창작시 - 최정/2013-14년 산골연가(청송) 2014.10.28
산골 연가 - 초승달 산골 연가 - 초승달 최 정 어둑해지는 산자락 한 뼘 위로 초승달이 날렵하게 윙크하더니 골짜기 한가득 별들을 흩뿌려 놓았습니다 고라니 한 마리 목청껏 울어대는 가을밤입니다 # 창작시 - 최정/2013-14년 산골연가(청송) 2014.10.27
산골 연가 - 단풍놀이 산골 연가 - 단풍놀이 최 정 낙엽만 밟히는 호젓한 능선 사랑놀이하는 다람쥐 한 쌍 여기서 도적놈 같은 나무꾼 마주친다면 내가 먼저 나무꾼 옷을 훔칠 것 같아 슬그머니 입꼬리가 올라갑니다 # 창작시 - 최정/2013-14년 산골연가(청송) 2014.10.27
산골 연가 - 늦가을 저녁 산골 연가 - 늦가을 저녁 최 정 새들의 재잘거림 한순간에 사라지고 쓸쓸해지는 저녁이 있다 소란스레 지저귀던 그 많은 새들은 다 어디로 갔나 부리를 닦고 긴 밤 보낼 준비라도 하나 마른 잎 하나 둘 바람에 밀려 서걱서걱 부딪치는 소리 유난히 크게 들린다 열흘이면 올 농사일도 끝날 .. # 창작시 - 최정/2013-14년 산골연가(청송) 2014.10.27
산골 연가 - 귀를 씻다 산골 연가 - 귀를 씻다 최 정 점심 먹고 쉴 참에 밭으로 이어진 계곡길 따라 걷습니다 물소리가 가까워졌다 멀어졌다 세상 소식에 피곤해진 귀가 저절로 씻깁니다 스르르 눈이 감겨 수북이 쌓인 낙엽 베고 한숨 자고 싶어집니다 눈도 씻고 손도 씻고 싶었지만 오늘은 귀만 말갛게 씻기로 .. # 창작시 - 최정/2013-14년 산골연가(청송) 2014.10.25
산골 연가 - 한 알의 씨앗 산골 연가 - 한 알의 씨앗 최 정 농사로 먹고 사는 일이 비현실적이 되어 버린 시대에 늦깎이 농부가 되었습니다 한 알의 씨앗을 들고 벌서고 있습니다 # 창작시 - 최정/2013-14년 산골연가(청송) 2014.10.25
산골 연가 - 고구마야, 고구마야 산골 연가 - 고구마야, 고구마야 최 정 고구마야, 고구마야 왜 그리 땅속 깊이 들어가기만 하니 어깨 뭉치고 팔 빠져라 호미질 해도 좀처럼 쉽게 꺼내지지 않는구나 옹기종기 깊숙이도 박혀 있구나 고구마야, 고구마야 왜 자꾸 깊이깊이 들어가기만 하는 거니 주문받은 고구마 얼른 보내.. # 창작시 - 최정/2013-14년 산골연가(청송) 2014.10.25
산골 연가 - 태풍 산골 연가 - 태풍 최 정 먼 바다에 태풍이 지나 갔다지요 종일 집안에 발 묶여 있을 만큼 매서운 바람 지나고 산골의 아침은 옷깃을 여밉니다 붉고 노란 발자국들이 산기슭까지 내려와 어지럽게 찍혀 있습니다 모든 걸 휩쓸어 갔다지요 우리의 탐욕도 휩쓸어 갔을까요 산골의 아침은 언제.. # 창작시 - 최정/2013-14년 산골연가(청송) 2014.10.25
산골 연가 - 세월호 후의 세월 산골 연가 - 세월호 후의 세월 최 정 별을 세지도 않았고 달빛 아래 서 있지도 않았습니다 숲속 산책길은 버림받았습니다 이름 모를 꽃들의 안부가 궁금하지 않았습니다 밥을 굶지도 않았습니다 꼬박꼬박 끼니를 챙겨 먹고 종일 밭에 나가 지치도록 일을 했습니다 감자꽃 지고 호박꽃 지.. # 창작시 - 최정/2013-14년 산골연가(청송) 2014.10.18
산골 연가 - 지기(知己) 산골 연가 - 지기(知己) 최 정 이십오 년 지기(知己)가 찾아와 어제 만나고 오늘 만난 것처럼 수다를 떤다 여기저기 긁긴 생채기에 딱지가 앉아 새살 오르는 것도 모르고 우린 중년이 되었다 무섭도록 싱그럽던 우리들의 청춘에도 소용돌이 같은 먹먹한 사랑이 지나가고 이젠 애 엄마가 된.. # 창작시 - 최정/2013-14년 산골연가(청송) 2014.07.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