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 연가 - 찐 감자 산골 연가 - 찐 감자 최 정 감자 처음 수확한 날 저녁 끼니 찐 감자로 대신한다 큰 놈, 중간, 작은 놈 딱 세 알 먹으니 배부르다 땅이 건네준 울퉁불퉁한 따스함 돌과 엉키고 풀에 시달릴수록 작은 몸 둥글게 불린 감자 삼키며 난 오늘 부끄러운 글을 쓴다 모나지 않고 조심조심 살아온 건 .. # 창작시 - 최정/2013-14년 산골연가(청송) 2013.07.11
산골 연가 - 폭염 산골 연가 - 폭염 최 정 고구마밭 김매다, 콩밭으로 달려갔다, 호박밭 큰 풀과 씨름하다, 양배추 벌레 잡아주다, 이리 갔다 저리 갔다, 초보 농사꾼 티내며 혼자 부산스레 진땀 흘립니다 며칠째 때 이른 폭염입니다 당신 생각할 틈도 없이 야속하게 하루해가 저뭅니다 # 창작시 - 최정/2013-14년 산골연가(청송) 2013.07.10
산골 연가 - 바랭이에게 산골 연가 - 바랭이에게 최 정 악착같이 버티려는 너와 악착같이 뽑아내려는 나 손으로 잡아채면 마디를 끊어낼 뿐 뿌리는 절대 내주지 않는 너 바닥을 기면서 마디마디 모질게 뿌리내린 네 생명력 괭이로 힘껏 찍어낸다 농작물을 위해서가 아니라 오늘만은 날 위해 힘껏 내려친다 내려.. # 창작시 - 최정/2013-14년 산골연가(청송) 2013.07.06
산골 연가 - 낫질 산골 연가 - 낫질 최 정 흙길 점령한 풀 베어내느라 아직 서툰 낫질 진땀이 납니다 아버지 생각납니다 풋풋한 풀냄새 따라가면 아버지 낫이 지나간 곳이었지요 밭둑은 늘 깔끔했습니다 경쾌하고 쉬워 보이기만 하던 낫질 마흔이 넘어서야 배웁니다 아버지, 왜 풀보다 제 안에 베어낼 게 .. # 창작시 - 최정/2013-14년 산골연가(청송) 2013.07.06
산골 연가 - 손님 산골 연가 - 손님 최 정 하루 종일 찾아올 이 없는 산골짜기 부르릉 오토바이 소리 반가워 김매다 말고 벌떡 일어나 활짝 웃으며 큰 소리로 인사하고 말았네 세금고지서 한 장 달랑 받아들고 다시 밭으로 가네 애꿎은 풀들만 호미 날에 쑥쑥 뽑혀 나오네 # 창작시 - 최정/2013-14년 산골연가(청송) 2013.06.27
산골 연가 - 보리수 열매 산골 연가 - 보리수 열매 최 정 당신은 곧 내 사랑의 포로가 될 테지요 눈 둘 데 없이 붉게 농익어 보란 듯 유혹하는 보리수 열매 햇살과 바람에 버무려 얼른 입에 넣으니 쉽게 다 내어줄 수 없다는 듯 달착지근하다 떫은 뒷맛 남기네 먹어도 채워지지 않는 야릇한 아쉬움 허기진 산짐승처.. # 창작시 - 최정/2013-14년 산골연가(청송) 2013.06.26
산골 연가 - 들깨를 심으며 산골 연가 - 들깨를 심으며 최정 가늘고 여린 것이 어찌나 향 진한지 어린 모종 솎아줄 때 나도 모르게 고개 늘이고 코 박고 일했었네 먼 산 구름에 가려 시원한 날 마디 굵어진 들깨 심으며 향에 취해 빗방울 떨어지는 소리 잠시 잊었네 통통하게 여문 들깨 털 때까지 향긋함에 취해 살겠.. # 창작시 - 최정/2013-14년 산골연가(청송) 2013.06.23
산골 연가 - 달구경 산골 연가 - 달구경 최정 큰 비 지나간 뒤 계곡 물소리 하도 시원해 달빛 구경 나왔습니다 한 폭의 수묵화처럼 옅은 밤안개가 작은 산들의 낮은 어깨 다정하게 감싸주고 있습니다 달빛에 젖은 것이 내 마음인지 산들의 낮은 어깨인지 달님이 그린 수묵화 안에서 밤 지새울 것 같습니다 이.. # 창작시 - 최정/2013-14년 산골연가(청송) 2013.06.20
산골 연가 - 홍고추 산골 연가 - 홍고추 최정 고백해도 볼까 망설였지만 돌아서는 등 보게 될까 말없이 머물기로 합니다 가슴앓이 터진 열꽃 따가운 뙤약볕 뜨거운 줄 모르고 무슨 숙명처럼 나도 모르게 붉어집니다 열꽃 아문 자리마다 터질 듯 반질반질한 그리움이 탱글탱글 달립니다 당신 향한 야무진 씨.. # 창작시 - 최정/2013-14년 산골연가(청송) 2013.06.17
산골 연가 - 새벽안개 산골 연가 - 새벽안개 최정 골에 자욱이 안개 내려 산등성이만 보이는 새벽, 당신에게 빠져들던 날처럼 신기해 김매기를 멈추고 자꾸 한눈을 팝니다. 당신의 품처럼 아늑하네요 풀을 뽑다가도 어느새 당신만 생각하는 오늘 같은 날은 골짜기가 환하게 빛을 냅니다 아늑한 품에 안겼다가 .. # 창작시 - 최정/2013-14년 산골연가(청송) 2013.06.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