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 연가 - 폭설 후 산골 연가 - 폭설 후 최 정 마당에 앉아 잠깐 졸고 싶을 만큼 한낮의 햇살 푸짐해지니 눈 녹은 물이 계곡을 타고 흐릅니다 경쾌한 물소리 가득합니다 일없이 계곡에 내려가 귀가 얼얼하도록 들어 봅니다 산의 옆구리 간질이며 계곡물 흘러 흘러 어디로 갈까요 당신의 발치에 닿아 한 폭의 .. # 창작시 - 최정/2013-14년 산골연가(청송) 2014.02.28
산골 연가 - 폭설 산골 연가 - 폭설 최 정 마을로 이어지는 길이 사라졌습니다 눈썹까지 차오를 만큼 눈이 쏟아집니다 겨우 문 앞에 길을 내다 맙니다 무게를 못 이긴 나뭇가지가 부러집니다 오도 가도 못하고 산속에 유배되었습니다 다만, 설경에 눈멀고 말았습니다 # 창작시 - 최정/2013-14년 산골연가(청송) 2014.02.28
산골 연가 - 늦은 아침 산골 연가 - 늦은 아침 최 정 겨울 아침 산골의 해는 게으르다 서리 낀 창 여니 저 멀리 마을 지붕 옹기종기 햇살이 모여 놀고 있다 느릿느릿 산을 넘어 첫 햇살 도착하려면 한참을 기다려야 한다 읽다 잠든 책을 펴든다 마저 읽다 햇살이 얼굴 들이밀면 그때서야 기지개 켜고 늦은 아침 느.. # 창작시 - 최정/2013-14년 산골연가(청송) 2014.02.28
산골 연가 - 새들의 안부 산골 연가 - 새들의 안부 최 정 몇 번 눈이 내리고 땅이 꽝꽝 얼어붙어 재잘거리던 새들이 보이질 않습니다 초가집이라도 한 채 짓고 따뜻하게 모여 살고 있을까요 아니면 순식간에 쪽방촌으로 내몰려 시린 부리 부비며 떨고 있을까요 이 엄동설한, 침묵만 남은 숲을 바라보며 새들의 안.. # 창작시 - 최정/2013-14년 산골연가(청송) 2014.01.07
산골 연가 - 가계부 정리 산골 연가 - 가계부 정리 최 정 생산비와 생활비 구분해 첫 농사 결산한다 밭 한 뙈기 보잘 것 없는 수입에 오지 않는 미래를 근심하는 마음은 가난하다 아직 자발적 노예일 뿐이다 # 창작시 - 최정/2013-14년 산골연가(청송) 2014.01.07
산골 연가 - 돌 줍기 산골 연가 - 돌 줍기 최 정 새벽마다 하얗게 서리가 내립니다. 고구마 삶아 아침 먹고 나니 햇살 가득해집니다. 빈 밭에 나가 주먹만 한 돌을 주워 냅니다. 감자도 캐고 고구마도 캤는데 밭둑에 쌓이는 돌들 보니 새삼 감사합니다. 수많은 돌 틈에서 어떻게 야무지게 몸 불린 것일까요. 볼.. # 창작시 - 최정/2013-14년 산골연가(청송) 2014.01.07
산골 연가 - 광풍狂風 산골 연가 - 광풍狂風 최 정 골짜기가 꽁꽁 얼어붙었습니다 바람소리에 몇 번이나 뒤척이다 첫눈은 싸락눈으로 흔적만 남겼네요 거센 바람이 또 몰려옵니다 날마다 꼬리가 길어지는 밤 잠 못 드는 건 나인지, 당신인지 이 세상인지 홀로 남은 빈 밭처럼 휑하니 시립니다 # 창작시 - 최정/2013-14년 산골연가(청송) 2013.12.01
산골 연가 - 가을 산책 산골 연가 - 가을 산책 최 정 숲길을 걷습니다 발끝 낙엽 끌리는 소리 이따금 새소리 바람이 지날 때마다 나뭇잎들 부딪치며 한 차례씩 우르르 쏟아집니다 이런 날은 괜스레 솔방울을 주워 멀찍이 던집니다 숲에서 길을 잃고 싶었습니다 # 창작시 - 최정/2013-14년 산골연가(청송) 2013.12.01
산골 연가 - 들깨를 털며 2 산골 연가 - 들깨를 털며 2 최 정 머리에 하얀 수건 뒤집어쓰고 들깨 털던 엄마 뒷모습 구름 흘러가는지 바람 부는지 아랑곳없이 들깻대 탁탁 두드리던 무심한 그 모습 닮고 싶어지네 온갖 서러움마저 다 잊었다는 듯 원래 그 자리에 있었던 것처럼 # 창작시 - 최정/2013-14년 산골연가(청송) 2013.12.01
산골 연가 - 들깨를 털며 1 산골 연가 - 들깨를 털며 1 최 정 톡톡톡, 탁탁탁 볕에 잘 마른 들깻대 두드릴 때마다 들깨향 은은하게 펴져 나가네 산허리 단풍에 한눈팔다 들깨알은 제멋대로 허공으로 튀어 나가네 내 마음은 산허리로 달려가네 이른 저녁 먹고 누운 밤 온몸에 스며든 희미한 들깨향 베고 몽롱하게 잠이.. # 창작시 - 최정/2013-14년 산골연가(청송) 2013.1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