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 연가 - 감나무 산골 연가 - 감나무 최정 늙은 감나무 그늘에 앉아 감꽃 피기를 기다립니다. 낯선 골짜기에 들어와 처음 밭 갈고, 터줏대감인 당신에게 막걸리 한 사발 올렸었지요. 봄이 와도 새순 돋지 않아 조바심 나게 하더니, 어느새 무성한 잎 달고 있습니다. 초보 농사꾼이 일군 밭에도 감자꽃이 피.. # 창작시 - 최정/2013-14년 산골연가(청송) 2013.06.10
산골 연가 - 시인의 바위 산골 연가 - 시인의 바위 최정 ‘심장이 터져 죽어버렸을 거야 시를 쓰지 않았다면’ * 쨍쨍한 햇살에도 설레서 시를 연달아 써 봐도 심장 터질 것 같은 날에는 계곡에 내려가 시인의 바위에 앉아 봅니다 못생기고 울퉁불퉁한 돌이지만 아늑한 사색을 안겨주기에 ‘시인의 바위’라고 이.. # 창작시 - 최정/2013-14년 산골연가(청송) 2013.06.10
산골 연가 - 명상 산골 연가 - 명상 최정 새벽 호미질은 거대한 명상입니다 어느 순간 새들의 노랫소리 멀어지고 거친 자갈밭 호미 날 부딪치는 소리만 남습니다 머리가 맑아집니다 안개 낀 골짜기에 있는지 이슬 젖은 풀 뽑고 있는지 모른 채 호미 날만 보입니다 이내 나도 없어집니다 # 창작시 - 최정/2013-14년 산골연가(청송) 2013.06.10
산골 연가 - 어떤 날은 산골 연가 - 어떤 날은 최정 땀이 흥건해지도록 괭이질을 해도 괜히 쓸쓸해지는 날이 있어 새들의 재잘거림도 자기들만의 밀어(蜜語)처럼 야속해지는 날이 있어 이런 날은 시큰둥하게 밭둑에 앉아 먹지도 않을 쑥 잎 뜯어보다가 망초 잎 잘게 찢어보다가 어느새 당신 얼굴도 일그러뜨리.. # 창작시 - 최정/2013-14년 산골연가(청송) 2013.06.10
산골 연가 - 양파를 까며 산골 연가 - 양파를 까며 최정 그댄 모르지 까맣게 모르지 한 겹 한 겹 벗길 때마다 아리고 매운 내에 고갤 돌려도 그댄 정말 모르지 아리고 시린 밤 지새며 그댈 향한 마음 얼마만큼 겹겹이 꽁꽁 숨겨 왔는지 그게 날 키운 건 지 그댄 진짜 모르지 둥글고 매끈한 내 속살에 얼마나 뜨거운 .. # 창작시 - 최정/2013-14년 산골연가(청송) 2013.06.10
산골 연가 - 찔레꽃 산골 연가 - 찔레꽃 최정 폐부 깊숙한 곳까지 짜릿하게 찌르는 찔레꽃 향기에 몽롱해지는 순간 가시에 찔려 피 흘릴 내 못난 사랑마저 그저 황홀하게 다가오네 계곡에 질펀하게 흐르는 찔레꽃 향기의 강렬한 유혹을 지나 나는 괭이 한 자루 들고 밭으로 간다 # 창작시 - 최정/2013-14년 산골연가(청송) 2013.06.10
산골 연가 - 민들레, 10㎝의 사랑 산골 연가 - 민들레, 10㎝의 사랑 최정 키 작은 민들레에게 사랑은 국경을 넘는다고 누가 말했나 별들이 무리 지어 내려오는 한밤중 별빛 아래 홀로 두근대다 새벽이슬 덮고 깜빡 잠이 든다 바람이라도 부는 날이면 볕에 잘 여문 설렘 터트려 홀씨 날려 본다 지척의 그대 지나 야속한 바람.. # 창작시 - 최정/2013-14년 산골연가(청송) 2013.06.10
산골 연가 - 계곡에 앉아 산골 연가 - 계곡에 앉아 최정 작은 계곡 층층이 잎 달고 선 층층나무와 마주 앉아 졸졸졸 흐르는 물소리를 오래오래 듣고 있네 마치 당신이 속삭이던 목소리 같아 층층나무 보며 웃어 주고 있었네 층층나무야, 그렇게 이파리 살랑거리며 두근대지 말렴 내 마음은 이미 졸졸졸 다른 곳으.. # 창작시 - 최정/2013-14년 산골연가(청송) 2013.06.10
산골 연가 - 쪽동백나무 산골 연가 - 쪽동백나무 최정 손바닥보다 더 넓은 푸른 잎에 미끄러지는 빗방울 소리 듣는 오후 더 이상 싱그러울 수 없다는 듯 반짝이는 나무에게 나도 모르게 빠져들 때면 저 푸른 잎은 내 윤기 나는 심장을 걸어 놓은 것 같아 당신을 만나러 가는 마음인 것 같아 달콤한 수액 나른하게 .. # 창작시 - 최정/2013-14년 산골연가(청송) 2013.06.10
산골 연가 - 버섯 막사 산골 연가 - 버섯 막사 최정 모처럼 비 오는 날 나무 지팡이에 우비까지 갖춰 입고 숲속으로 들어가네 오솔길과 작은 계곡이 만나는 곳 허물어진 버섯 막사 한 채 산빛을 닮은 사내였을 게지 이렇게 비 내리는 날 사내는 넉넉히 불 지펴 눅눅해진 버섯을 말렸을까 말없이 떠나온 여인이라.. # 창작시 - 최정/2013-14년 산골연가(청송) 2013.06.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