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 연가 - 손님 산골 연가 - 손님 최 정 하루 종일 찾아올 이 없는 산골짜기 부르릉 오토바이 소리 반가워 김매다 말고 벌떡 일어나 활짝 웃으며 큰 소리로 인사하고 말았네 세금고지서 한 장 달랑 받아들고 다시 밭으로 가네 애꿎은 풀들만 호미 날에 쑥쑥 뽑혀 나오네 # 창작시 - 최정/2013-14년 산골연가(청송) 2013.06.27
산골 연가 - 보리수 열매 산골 연가 - 보리수 열매 최 정 당신은 곧 내 사랑의 포로가 될 테지요 눈 둘 데 없이 붉게 농익어 보란 듯 유혹하는 보리수 열매 햇살과 바람에 버무려 얼른 입에 넣으니 쉽게 다 내어줄 수 없다는 듯 달착지근하다 떫은 뒷맛 남기네 먹어도 채워지지 않는 야릇한 아쉬움 허기진 산짐승처.. # 창작시 - 최정/2013-14년 산골연가(청송) 2013.06.26
산골 연가 - 들깨를 심으며 산골 연가 - 들깨를 심으며 최정 가늘고 여린 것이 어찌나 향 진한지 어린 모종 솎아줄 때 나도 모르게 고개 늘이고 코 박고 일했었네 먼 산 구름에 가려 시원한 날 마디 굵어진 들깨 심으며 향에 취해 빗방울 떨어지는 소리 잠시 잊었네 통통하게 여문 들깨 털 때까지 향긋함에 취해 살겠.. # 창작시 - 최정/2013-14년 산골연가(청송) 2013.06.23
산골 연가 - 달구경 산골 연가 - 달구경 최정 큰 비 지나간 뒤 계곡 물소리 하도 시원해 달빛 구경 나왔습니다 한 폭의 수묵화처럼 옅은 밤안개가 작은 산들의 낮은 어깨 다정하게 감싸주고 있습니다 달빛에 젖은 것이 내 마음인지 산들의 낮은 어깨인지 달님이 그린 수묵화 안에서 밤 지새울 것 같습니다 이.. # 창작시 - 최정/2013-14년 산골연가(청송) 2013.06.20
산골 연가 - 홍고추 산골 연가 - 홍고추 최정 고백해도 볼까 망설였지만 돌아서는 등 보게 될까 말없이 머물기로 합니다 가슴앓이 터진 열꽃 따가운 뙤약볕 뜨거운 줄 모르고 무슨 숙명처럼 나도 모르게 붉어집니다 열꽃 아문 자리마다 터질 듯 반질반질한 그리움이 탱글탱글 달립니다 당신 향한 야무진 씨.. # 창작시 - 최정/2013-14년 산골연가(청송) 2013.06.17
산골 연가 - 새벽안개 산골 연가 - 새벽안개 최정 골에 자욱이 안개 내려 산등성이만 보이는 새벽, 당신에게 빠져들던 날처럼 신기해 김매기를 멈추고 자꾸 한눈을 팝니다. 당신의 품처럼 아늑하네요 풀을 뽑다가도 어느새 당신만 생각하는 오늘 같은 날은 골짜기가 환하게 빛을 냅니다 아늑한 품에 안겼다가 .. # 창작시 - 최정/2013-14년 산골연가(청송) 2013.06.17
산골 연가 - 감자꽃 필 무렵 산골 연가 - 감자꽃 필 무렵 최정 지금 가장 하고 싶은 일은 당신 손잡고 숲속 오솔길 산책하는 일 그러다 나뭇잎 부딪치는 소리에 까르르 웃어 보는 것 바위 옆에 핀 이름 모를 작은 꽃 함께 오래오래 들여다보는 것 큰 풀 뽑아주던 내 손은 점점 건성건성 감자꽃이 이 마음 알아챈 걸까 .. # 창작시 - 최정/2013-14년 산골연가(청송) 2013.06.17
산골 연가 - 감나무 그늘 아래 산골 연가 - 감나무 그늘 아래 최정 등허리 축축한 땀 식히려고 감나무 그늘 아래 앉아 봅니다 뒷목이 당기도록 올려다보니 겹겹의 잎사귀 사이에 숨겨둔 손톱만한 꽃을 보여 줍니다 당신도 내 마음처럼 꽃을 피웠군요 고목(枯木)인 줄 알았던 당신에게도 그토록 수줍음이 있었나 나는 그.. # 창작시 - 최정/2013-14년 산골연가(청송) 2013.06.16
산골 연가 - 농부의 몸 산골 연가 - 농부의 몸 최정 농부의 몸이 되어 가나 봅니다 저녁 먹고 농사일지 쓰고 나면 어둠의 입자 빽빽하게 내린 골짜기와 한 몸이 되어 곤한 잠에 빠져듭니다 까맣게 잠들었다가 어둠의 입자 묽어지는 새벽녘 저절로 눈 떠집니다 고요하게 맑은 새벽 때론 당신에게 보내는 연서 같.. # 창작시 - 최정/2013-14년 산골연가(청송) 2013.06.14
산골 연가 - 콩 모종 산골 연가 - 콩 모종 최정 방법을 모르는 병약한 사랑이구나 멀대 같이 키만 커서 바람에 스치기만 해도 흔들리는 내 마음이구나 이제 너를 보내마 풀이 먼저 자리 잡은 거친 자갈밭에 놓아 주마 골바람이 너를 꺾으려 해도 풀이 뿌리 비집고 들어 와도 땡볕에 입이 쩍쩍 말라붙어도 이젠 .. # 창작시 - 최정/2013-14년 산골연가(청송) 2013.06.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