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 연가 - 홍고추 산골 연가 - 홍고추 최정 고백해도 볼까 망설였지만 돌아서는 등 보게 될까 말없이 머물기로 합니다 가슴앓이 터진 열꽃 따가운 뙤약볕 뜨거운 줄 모르고 무슨 숙명처럼 나도 모르게 붉어집니다 열꽃 아문 자리마다 터질 듯 반질반질한 그리움이 탱글탱글 달립니다 당신 향한 야무진 씨.. # 창작시 - 최정/2013-14년 산골연가(청송) 2013.06.17
산골 연가 - 새벽안개 산골 연가 - 새벽안개 최정 골에 자욱이 안개 내려 산등성이만 보이는 새벽, 당신에게 빠져들던 날처럼 신기해 김매기를 멈추고 자꾸 한눈을 팝니다. 당신의 품처럼 아늑하네요 풀을 뽑다가도 어느새 당신만 생각하는 오늘 같은 날은 골짜기가 환하게 빛을 냅니다 아늑한 품에 안겼다가 .. # 창작시 - 최정/2013-14년 산골연가(청송) 2013.06.17
산골 연가 - 감자꽃 필 무렵 산골 연가 - 감자꽃 필 무렵 최정 지금 가장 하고 싶은 일은 당신 손잡고 숲속 오솔길 산책하는 일 그러다 나뭇잎 부딪치는 소리에 까르르 웃어 보는 것 바위 옆에 핀 이름 모를 작은 꽃 함께 오래오래 들여다보는 것 큰 풀 뽑아주던 내 손은 점점 건성건성 감자꽃이 이 마음 알아챈 걸까 .. # 창작시 - 최정/2013-14년 산골연가(청송) 2013.06.17
산골 연가 - 감나무 그늘 아래 산골 연가 - 감나무 그늘 아래 최정 등허리 축축한 땀 식히려고 감나무 그늘 아래 앉아 봅니다 뒷목이 당기도록 올려다보니 겹겹의 잎사귀 사이에 숨겨둔 손톱만한 꽃을 보여 줍니다 당신도 내 마음처럼 꽃을 피웠군요 고목(枯木)인 줄 알았던 당신에게도 그토록 수줍음이 있었나 나는 그.. # 창작시 - 최정/2013-14년 산골연가(청송) 2013.06.16
산골 연가 - 농부의 몸 산골 연가 - 농부의 몸 최정 농부의 몸이 되어 가나 봅니다 저녁 먹고 농사일지 쓰고 나면 어둠의 입자 빽빽하게 내린 골짜기와 한 몸이 되어 곤한 잠에 빠져듭니다 까맣게 잠들었다가 어둠의 입자 묽어지는 새벽녘 저절로 눈 떠집니다 고요하게 맑은 새벽 때론 당신에게 보내는 연서 같.. # 창작시 - 최정/2013-14년 산골연가(청송) 2013.06.14
산골 연가 - 콩 모종 산골 연가 - 콩 모종 최정 방법을 모르는 병약한 사랑이구나 멀대 같이 키만 커서 바람에 스치기만 해도 흔들리는 내 마음이구나 이제 너를 보내마 풀이 먼저 자리 잡은 거친 자갈밭에 놓아 주마 골바람이 너를 꺾으려 해도 풀이 뿌리 비집고 들어 와도 땡볕에 입이 쩍쩍 말라붙어도 이젠 .. # 창작시 - 최정/2013-14년 산골연가(청송) 2013.06.14
산골 연가 - 감나무 산골 연가 - 감나무 최정 늙은 감나무 그늘에 앉아 감꽃 피기를 기다립니다. 낯선 골짜기에 들어와 처음 밭 갈고, 터줏대감인 당신에게 막걸리 한 사발 올렸었지요. 봄이 와도 새순 돋지 않아 조바심 나게 하더니, 어느새 무성한 잎 달고 있습니다. 초보 농사꾼이 일군 밭에도 감자꽃이 피.. # 창작시 - 최정/2013-14년 산골연가(청송) 2013.06.10
산골 연가 - 시인의 바위 산골 연가 - 시인의 바위 최정 ‘심장이 터져 죽어버렸을 거야 시를 쓰지 않았다면’ * 쨍쨍한 햇살에도 설레서 시를 연달아 써 봐도 심장 터질 것 같은 날에는 계곡에 내려가 시인의 바위에 앉아 봅니다 못생기고 울퉁불퉁한 돌이지만 아늑한 사색을 안겨주기에 ‘시인의 바위’라고 이.. # 창작시 - 최정/2013-14년 산골연가(청송) 2013.06.10
산골 연가 - 명상 산골 연가 - 명상 최정 새벽 호미질은 거대한 명상입니다 어느 순간 새들의 노랫소리 멀어지고 거친 자갈밭 호미 날 부딪치는 소리만 남습니다 머리가 맑아집니다 안개 낀 골짜기에 있는지 이슬 젖은 풀 뽑고 있는지 모른 채 호미 날만 보입니다 이내 나도 없어집니다 # 창작시 - 최정/2013-14년 산골연가(청송) 2013.06.10
산골 연가 - 어떤 날은 산골 연가 - 어떤 날은 최정 땀이 흥건해지도록 괭이질을 해도 괜히 쓸쓸해지는 날이 있어 새들의 재잘거림도 자기들만의 밀어(蜜語)처럼 야속해지는 날이 있어 이런 날은 시큰둥하게 밭둑에 앉아 먹지도 않을 쑥 잎 뜯어보다가 망초 잎 잘게 찢어보다가 어느새 당신 얼굴도 일그러뜨리.. # 창작시 - 최정/2013-14년 산골연가(청송) 2013.06.10